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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총선서 '집값 책임론' 터질라, 위헌조치도 서슴없이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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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신년회견에서 부동산 가격 '원상회복'을 공언하기 전부터 청와대는 각종 고강도 부동산 규제 대책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의 화살은 강남 등 서울의 일부 지역을 겨냥한 내용이었다고 한다. 4월 총선에서 '부동산 폭등 책임론'이 커지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15일 부동산 매매에 정부 허가를 받으라는 '매매 허가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한 것도 이 같은 기류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청와대는 "그런 계획도 없고 검토한 적도 없다"고 진화했지만, 실제 매매 허가제가 청와대나 여권 내부에서 논의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청와대와 정부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폭등에 분노한 민심을 달래기 위해 극단적 대출 규제와 보유세 강화 등 초고강도 규제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집값을 낮추는 장기적 실효적 대책보다는 강남과 강북, 지방을 편 가르는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며 부동산을 정치 이슈로 변질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거래 허가제, 천기누설? 여론 간 보기?

'부동산 매매 허가제' 발언을 한 강기정 수석은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다. 전직 국회의원으로 총선과 국회 등 정무 업무가 그의 일이다. 그런데 비전문가인 강 수석이 라디오 방송에 나가 "부동산을 투기적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매매 허가제까지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정부가 귀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부동산 투기자를 정부가 무슨 기준, 어떤 방식으로 판단할지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조선비즈

김상조(가운데)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6일 오전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실장은 15일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1차 목표는 강남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라고 했고, 강기정(오른쪽) 청와대 정무수석은 “부동산을 투기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에게 매매 허가제까지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정부가 귀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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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수석이 여권이나 청와대 내부에서 제기된 일부 의견만 듣고 실수로 이 말을 했을 수도 있다. 청와대는 "강 수석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무수석이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정부가 거래 허가제를 실제로 추진하려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강 수석이 너무 일찍 '천기누설'을 한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여권 일부에선 "강 수석이 나서서 거래 허가제에 대한 여론 간 보기를 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10일엔 '매매 허가제와 대출 규제 강화를 포함한 9개 대책을 정부가 발표할 것'이란 내용의 지라시(정보지)가 돌았다. 국토교통부는 언론에 "가짜 뉴스"라고 했다.

하지만 주택 거래 시 정부 허가를 받는 매매 허가제는 바로 국민의 사유재산권과 거주·이전 자유 등을 침해하는 위헌적·반(反)시장적 정책이란 비판을 받았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헌법재판소 판례에 따르면 일반적 행동 자유권엔 '계약의 자유'도 포함돼 있는데, 이를 무시한 위헌적 발상"이라며 "자기 소유 재산을 필요한 목적대로 사용·수익·처분하는 재산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매매 허가제가 집값 안정과 주택 시장 정상화에 도움이 안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허가제가 시행돼 거래가 끊기는 건 시장 안정이 아닌 파괴"라며 "극단적 규제는 언젠간 풀릴 수밖에 없고, 그때 집값은 더 폭등할 것"이라고 했다.

◇폭등 책임 피하려 강남·강북 편 가르기

청와대가 주택 매매 허가제는 급하게 진화했지만, 실제 정부 내에선 총선 전에 다양한 '초고강도 규제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수석은 "지금 9억원 이상, 15억원 이상에 대해 두 단계로 두는 대출 제한을 더 낮추는 문제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서울 지역) 실수요자의 부동산 가격을 8억~9억원 정도로 보면 대출 제한을 더 낮춰도 된다"고 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이날 "강남 가격을 안정시키는 게 부동산 정책의 1차적 목표"라며 정책 대상이 강남이라는 점을 감추지 않았다. 9억원 이하 주택의 대출 규제, 주택 거래 검증 강화, 보유세 강화 등 카드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대출 규제·금지 정책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주로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가 정치적 목적 때문에 시장을 교란하는 것은 큰 문제란 지적이다. 최민섭 도시정책학회장(서울벤처대 교수)은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주택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정책을 너무나 쉽게 말해 황당했다"며 "총선을 앞둔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정치' 때문에 이제 서울에 집 가진 사람은 모두 죄인이 됐다"고 했다.




정순우 기자;안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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