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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접속제도 바꿨지만..스타트업 업계 "국내 망 이용료, 너무 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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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혁신 규제개혁 토론회서 성토 쏟아져

"데이터 양 기준 정산방식, ISP·CP 간 문제 야기"

"망대가는 접속료일 뿐…글로벌CP 낼 이유 없어"

"유럽 대비 6~8배 비싸…산업 경쟁력 깎아먹어"

이데일리

새로운보수당 정병국 의원,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공동개최한 ‘Remind 2019! 규제개혁 토론회’가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사진=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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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현재의 인터넷 망 상호접속제도가 통신사들의 킬러 콘텐츠 유치 경쟁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울러 외국에 비해 과도한 망 비용이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얼마전 2016년 만든 ‘인터넷망 상호접속제도’를 바꿔 통신사간 주고받는 통화량(트래픽)을 기반으로 접속료를 산정하는 원칙은 유지했지만, 접속료 무정산 구간을 크게 넓혀 콘텐츠 기업(CP)들의 발신 트래픽량에 따른 접속료 인상 우려가 사라지게 했다

그럼에도 CP들은 제도 자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다. 트래픽 기반 접속료 산정 원칙이 사라질 경우 구글 유튜브나 넷플릭스의 국내 망 공짜 사용이 더 수월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모든 게 망으로 연결되는 5G 시대에 국내 망 이용료가 오를 것이라는 국내 CP들의 우려는 여전했다.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시대 스타트업 혁신을 위한 규제개혁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현재의 상호접속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성토를 쏟아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신사 간 상호정산은 접속용량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데이터가 지나간 것을 기준으로 한다”며 “이런 식으로 하면 인터넷 기본 원리가 깨진다. 또 통신사들은 킬러 콘텐츠 유치 동기를 잃어버린다”고 주장했다.

그는 “킬러 콘텐츠를 유치하면 상대방 망에 대한 누적 통행료가 늘어 돈을 더 내야 하는 입장이 되다 보니, 서로 킬러 콘텐츠 유치를 안 하려고 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이러면 접속료는 엄청 높아지게 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전원 교수도 “상호접속제도에서 유례가 없고 인터넷 정신에도 어긋나는, 데이터 양을 기준으로 한 정산 기준을 만들어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CP(콘텐츠 제공자)와 ISP(통신사) 간, 국내 CP와 해외 CP 간 많은 복잡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캐시서버 설치? 통신사 해외 접속료 아끼기 위한 것”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글로벌 CP들은 한국 망 이용료가 비싸니 인근의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거쳐 오게 했다. 하지만 유튜브 등의 트래픽이 급증하다 보니 통신사들이 확보해야 하는 국제 회선 비용이 급증하게 됐다”며 “통신사들이 글로벌 CP들에게 캐시서버라는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마치 국내 CP와 글로벌 CP 간 역차별과 갈등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그것은 아니다. 이건 통신사들의 차별적 정책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통신사의 망 이용료가 해외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다는 주장도 쏟아졌다.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총장은 “우리나라 망 이용료가 도시별로 비교했을 때 유럽에 비해 6~8배 비싸다는 자료가 있다”며 “설비나 비용이 기술 발전에 따라 내려가는 추세인데, 한국만 유일하게 망 비용이 올라간다”고 비판했다.

◇“한국만 망 비용 갈수록 증가…망 공공성 필요”

박태훈 왓챠 대표는 “가장 큰 문제는 망 비용이 비싸다는 것”이라며 “이 문제 해결이 가장 최우선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건 IT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거의 모든 회사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얘기하는데, 망 비용으로 재무적인 부담이 되면서 산업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술이 없어서 4K,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트래픽 부담 때문에 안 하는 것”이라며 “판교에서 근무하던 분들이 미국 실리콘밸리로 가서 VR 스타트업 창업을 한다. 차라리 해외 사업자가 되는 게 나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망을 깔아놓고 나면 나중에 유지비만 드는데도, 우리는 사업자가 쓰는 망 비용은 더 비싸지고 있다”며 “(글로벌 CP인) 페이스북이나 유튜브가 얼마를 내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한국만 비싸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접속과 관련해 고시라는 법규적 성격을 가진 나라는 거의 없다. 대부분 당사자 협정에 맡겨놓았고, 협정에 의해 동일 계위 간은 무정산이 99.98%”라며 “우리 정부의 상호정산 방식으로 수익구조가 좋아진 건 통신사들밖에 없다. 국내 CP들은 불이익을 받는다. 공익적 효과조차 명확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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