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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단독] 반대 뚫고 싱가포르에 늘려준 항공운수권, 독될까 약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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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싱가포르와 항공회담

직항 자유화하며 5자유권 대폭 확대

싱가포르~타이베이~인천구간 등 영향

스쿠터항공, 담달 주 3회→7회로 증편

국내 항공사는 별 이득 없다며 반대

인천공항도 "우리측 피해 우려" 의견

국토부 "노선 다변화 좋은 기회" 강행

일부선 "양국 정상회담 성과 집착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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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국적의 스쿠트항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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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저비용항공사(LCC)인 스쿠터항공은 오는 2월 초부터 싱가포르~타이베이~인천 구간을 매일 한 차례씩 운항할 예정이다. 현재 주 3회 운항이던 것이 주 7회로 크게 늘어났다.

국내 항공사들은 스쿠터항공이 우리 국민이 많이 이용하는 타이베이~인천 노선에서 승객을 빼앗아 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도 스쿠터항공이 운항 횟수를 2배 이상 늘릴 수 있었던 건 지난해 11월 싱가포르 정부와 맺은 항공협정 덕분이다. 당시 우리 정부와 싱가포르 정부는 직항 노선은 제한 없이 운항이 가능한 항공 자유화에 합의했다. 인천발 싱가포르행 항공기의 경우 연간 탑승률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양국 간 승객이 많은 걸 고려해서다.

문제는 직항 자유화와 함께 ‘5자유권’을 확대한 부분이다. 싱가포르~인천~제3국 간을 운항하는 ‘이원 5자유’는 현재 주 10회에서 주 14회로 늘렸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에 들러서 미국이나 캐나다행 승객을 더 태워갈 수 있는 방식이다. 반대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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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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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싱가포르~제3국~인천을 운항하는 ‘중간 5자유’는 모호하던 규정을 바꿔 주 14회를 신설했다. 스쿠터항공처럼 싱가포르에서 타이베이로 간 뒤 거기서 승객을 더 태우고 인천으로 들어오는 방식이다.

이러한 5자유권 확대는 그동안 싱가포르 정부가 우리 정부에 계속 요구해오던 사안이었다. 하지만 국내 항공사들은 “우리 항공사 대부분이 싱가포르를 거쳐 제3국으로 갈 계획(이원 5자유)이 없고, 싱가포르를 가면서 중간에 다른 나라를 들리는 것(중간 5자유)도 별 경쟁력이 없다”며 반대해 왔다.

반면 싱가포르 항공사들은 언제든 인천에서 북미행 승객을 더 확보할 수 있는 권한을 추가로 갖고, 타이베이~인천이라는 황금 노선도 확보하는 등 이득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ㆍ싱가포르 항공회담을 앞두고 국내 항공사와 공항공사 등이 국토교통부에 밝힌 의견에서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인천공항도 ‘5자유권’ 확대에는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공항은 국내 주요 항공사들에 피해가 우려되고, 경쟁상대인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더 이득이 될 거란 이유를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명백히 찬성 의사를 밝혔던 항공사는 저비용항공사인 티웨이항공 하나뿐이었다. 티웨이항공은 중간 5자유를 활용해 싱가포르~중국~인천 노선 취항을 고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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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도 싱가포르와의 5자유 확대에는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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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반대가 더 많았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싱가포르와의 항공회담에서 직항 자유화와 함께 ‘5자유권’ 확대도 합의했다.

이들 두고 국내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국내 항공사들이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더 피해를 주는 방안에 합의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주요 국가에선 항공회담에서 자국 항공업계의 이익을 가장 중요시하는데 우리 정부는 거꾸로 가는 것 같다”라고도 했다.

항공업계 일부에서는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있었던 한ㆍ싱가포르 정상회담의 성과물을 위해 직항 자유화와 함께 5자유권 확대를 무리하게 합의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신윤근 국토부 국제항공과장은 “정부가 항공회담을 하면서 항공사들의 입장만을 대변해줄 수는 없다”며 “5자유권 확대는 노선 다변화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우리 항공업계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병종 한국항공대 교수 “항공사들은 기본적으로 자사 이익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 의견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러 항공사가 공통적으로 우려하는 사안이라면 정부가 보다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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