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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英 주택 최고가 갈아치워… 거품 빠진다던 유럽 반등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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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주택 시장 분위기 반전의 신호탄 일까.

중국인 부호가 영국 런던의 한 고급 저택을 런던 주택 거래 사상 최고가에 사면서, 약 4년간 침체기를 겪은 부동산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를 두고 런던 주택 가격이 다시 반등할 조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유럽처럼 한국 집값도 거품이 빠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던 상황인 만큼, 국내 부동산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16일 중국 최대 해외부동산거래사이트 쥐와이왕에 따르면, 중국 부호 장송차오(张松桥) 저장종위(浙江中誉)홀딩스 회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저택(Rutland Gate 2-8a)을 2억1200만 파운드(약 3180억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런던 중심지에 있는 이 저택은 1830년대 지어졌다. 면적 5760㎡짜리 7층 건물로 방은 45개다. 유명 디자이너 알베르토 핀토가 인테리어를 했고, 방탄 창문과 승객용 엘리베이터, 수영장, 개인 스파 및 체육관, 지하 주차장 등을 갖추고 있다.

장 회장이 이 저택을 단독주택으로 유지할지, 고급 아파트로 바꿀지는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거래 가격은 지난해 2억2300만 달러(2580억원)에 거래돼 화제를 모은 뉴욕 맨해튼 펜트하우스보다 높다.

세계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번 최고가 거래가 의미 있다고 보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영국 런던 주택 가격이 바닥을 찍은 것일 수 있다는 것. 영국 주택 가격은 지난 4년여 동안 하락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런던 중심부 지역 주택 가격은 지난 2014년 정점을 찍은 이후 작년 12월까지 누적 20.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외곽 지역의 고급 주택 가격은 8.4%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런던 고가(프라임)주택 가격은 2018년만해도 연간 3.2%가 하락했는데, 지난해에는 0.5% 떨어지는 데 그치며 하락 폭이 줄었다.

그동안 영국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 이유로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 금리 인상 등이 꼽혔다. 하지만 최근 영국을 둘러싼 정치적, 경제적 불확실성이 줄며 다른 환경이 조성됐다. 영국의 브렉시트 시점이 임박한 데 따른 파운드화 절하 분위기가 세계 부호들의 관심을 영국 부동산 시장으로 끌어들일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영국 런던 뿐 아니라 최근 몇년간 주택 시장 침체기를 겪은 유럽 도시의 주택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 작년 연이은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확대로 하반기부터 유럽 국가들의 주택 가격이 하락폭이 축소되거나 가격이 오르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2018년까지만 해도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의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부동산 시장이 조정기를 겪고 있으며 세계 주요 도시들의 주택 가격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으나, 시장 상황이 달라질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전세계적인 초저금리 기조, 이에 따른 유동성 확대, 유럽 주요국들의 법인세율 인하, 유럽 구도심의 만성적인 공급 부족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경제학 박사)는 "최근 헝가리,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스페인, 슬로베니아의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르는 등 유럽 부동산 시장 흐름이 바뀌었다"면서 "경제가 위기를 겪는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글로벌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면서 전반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역시 최근 몇년간 가격이 내린 유럽 부동산 시장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런 예상의 근거도 없어질 가능성이 생긴 상황이다.

홍춘욱 박사는 "전국적으로 보면 한국 집값은 저평가돼있으나 일부 거품이 있는 지역도 있어 세부적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서울 집값이 전체적으로는 고평가 국면에 진입했다고 봤다. 다만 10년 이내 지어진 신축 아파트가 고평가 상태인 것과 달리 2000년대 초에 생긴 대형 아파트는 오히려 저평가돼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홍 박사는 "우리나라는 부동산 시가총액의 약 80%가 몰려있는 서울 집값이 오르면 전체 주택 가격 평균이 올라간다"면서 "정부의 경기 부양책, 금리 인하 기조, 지난해 침체했던 지방 부동산의 가격 반등 가능성 등을 볼 때 올해 한국 부동산 가격은 작년보다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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