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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미국산 제품 대량 구매

미, 관세 부과 철회 및 인하

세계 불확실성 완화 기대

지재권·기술이전 문제 등

2단계 협상까지 갈 길 멀어

미국과 중국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를 비롯한 양측 협상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1단계 무역협상 합의문’에 서명했다.

미국이 2018년 7월 중국산 제품에 관세 폭탄을 처음 던지고, 중국이 즉각 상응조치를 취하면서 무역전쟁의 포성을 울린 지 18개월 만이다. 경제규모 1·2위 미국과 중국이 공식 휴전에 접어들면서 전 세계 경제에 드리웠던 제약과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류 부총리와 미·중 양국 협상단은 이날 백악관에서 1단계 무역협상 합의문 서명식을 가진 뒤 오찬을 함께했다. 미·중은 지난해 12월13일 1단계 무역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한 뒤 합의문 작성에 매달려왔다. 중국이 미국산 제품을 대규모로 구매하고 시장 개방 등의 조치를 취하는 대신, 미국은 관세를 매겨온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낮추고 추가로 매기기로 했던 관세 부과를 철회한다는 것이 합의의 골자다.

구체적으로 중국은 향후 2년 동안 무역전쟁 발발 이전인 2017년을 기준으로 2000억달러(약 232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 구매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구매를 확대키로 한 미국산 제품은 공산품 약 800억달러, 에너지 500억달러, 농산물 320억달러, 서비스 350억달러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이전 강요 금지, 농업·금융 서비스 등에 대한 중국 측의 시장 개방과 관련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당초 지난해 12월15일부터 부과할 예정이었던 16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또 1200억달러 규모의 다른 중국산 제품에 매겨온 15%의 관세는 7.5%로 낮추기로 했다. 다만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해온 25%의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대중국 관세는 2단계 무역합의가 될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1단계 합의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경제규모 1·2위인 미국과 중국의 분쟁 국면이 일단 사그라들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워싱턴 싱크탱크 피터슨연구소의 메리 러블리는 “미·중 1단계 무역합의는 본질적으로 국가가 지시한 대규모 구매가 첨부된 무역 휴전”이라면서 “휴전은 미국과 세계 경제를 위해 좋은 소식”이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그럼에도 장기적 갈등의 불씨는 적지 않다.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고, 구매처를 다변화한 중국이 단기간에 막대한 미국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나온다. 일례로 중국은 2017년 미국에서 240억달러어치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했는데, 2년간 320억달러어치를 추가 구매하려면 연간 400억달러어치를 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7년 기준 160억달러어치를 추가 구매해야 하는 것이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지난 13일 공영라디오 NPR과 인터뷰하면서 중국이 합의 사항을 지키지 않을 경우 미국은 90일 이내에 관세를 재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관세 카드를 꺼내들고 중국이 이에 보복할 경우 무역전쟁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

2단계 협상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2단계 협상으로 넘겨진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이전 강요 금지 등의 세부 사항, 그리고 중국의 국영기업에 대한 막대한 보조금 지급 문제 등 구조적·제도적 쟁점을 둘러싼 견해차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1단계 합의문은 양국 간 무역과 경제적 긴장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실질적인 내용을 거의 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의 탐욕적인 무역행태를 개혁하는 데 아무런 진전을 거두지 못했다”고 했다.

중국 언론 역시 대체로 1단계 무역합의를 환영하면서도 많은 문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1단계 합의는 양국 간 무역갈등을 봉합했을 뿐 근본적인 문제는 남아 있으며 2단계 협상에서 더욱 치열하게 맞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 | 김재중 ·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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