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6일 서울 마포구 ‘H-stage’에서 수도권 비전 특별위가 주관한 수도권 청년 간담회 ‘심층 면접-국민의힘 뭐하니?’에 참석해 청년 당원들이 남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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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가상자산 투자 규제 유예’ 카드를 내밀고 있다. ‘청년’을 위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지난 26일 수도권 청년 당원과의 간담회에서도 “청년 마음을 얻어야 한다”며 규제를 막겠다고 주장했다. 청년들이 돈 모아 집 사기 힘들지 않냐며 가상자산 투자가 청년들의 자산형성 사다리가 됐다고 했다. 한 대표의 말은 과세를 막아줄 테니 청년들에게 코인 ‘존버(매도하지 않고 장기 투자한다는 은어)’하라는 의미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그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주장도 같은 논리다.
취재를 위해 전화했던 경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한 대표의 말에 우려를 나타냈다. 가상자산 투자의 위험성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가상자산 투자는 바람직한 투자라고 보기 어렵다”며 “변동성이 커 굉장히 투기적이고 위험한 투자”라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투자에 과세를 유예하는 건 정부가 투자를 권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전문가도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듯 가상자산도 과세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과열되지 않고 안정화될 수 있다”고 투기 우려를 짚었다.
가상자산 투자 규제 유예에 따른 부작용도 문제다. ‘갭투자’ 열풍 이후 잇딴 전세사기로 평생 모은 자산을 잃은 청년들이 주변에만 여러명 있다. 규제 유예로 가상자산 투자에 몰두하다 또다시 큰돈을 잃는 청년들이 속출할까 우려되는 이유다. 정부·여당이 부작용에 대한 대책은 마련해 놓았는지 의문이다.
한 대표는 국민의 눈높이를 말하지만 ‘청년의 눈높이’는 보지 못하는 것 같다. 청년들이 왜 가상자산 투자까지 손을 대는지 그 본질은 놓치고 있다는 얘기다. 한 대표 말대로 청년들이 “그냥 돈을 벌어서”는 집을 사기는커녕 먹고 살기조차 빠듯한 게 오래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가상자산 투자의 길을 넓힐 게 아니라 고용 불안정과 저임금, 주거불안 등 근본적 경제 구조를 개선하는 게 여당 대표의 우선적 책무일 것이다.
한 여당 의원은 기자에게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하게 살아도 노후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보통의 청년들이 ‘한탕’을 꿈꾸지 않고도 살아갈 만한 사회를 정부·여당이 만들어주길 바란다.
☞ 청년·민생 핑계 삼은 한동훈표 ‘감세 포퓰리즘’
https://www.khan.co.kr/article/202411211908001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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