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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세계 1위 조선산업 '기술 단절' 위기... 채용 중단하자 대학 조선공학과도 통폐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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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황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인력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선업계 불황으로 신규 채용을 줄이면서 대학에서도 조선·해양 관련 전공이 통폐합되거나, 전공생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고령화와 설비축소로 한순간에 뒤처진 일본처럼 세계 조선산업 1위인 우리나라에서도 기술 단절 현상이 벌어져 중국 등 후발주자들에게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조선사의 직원 수는 줄고 근속연수는 늘어나는 등 고령화가 발생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직원 수는 2015년 1만3200명에서 지난해 3분기 9800명까지 줄었고, 근속연수는 16.8년에서 18.2년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의 직원 평균연령은 38세에서 41세로 올랐다.

조선비즈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내 선박 조립 시설인 독(Dock)이 텅 비어 있는 모습. /조선DB



이러한 변화는 조선업황이 꺾이면서 조선사들이 인력을 줄이고 신규채용도 진행하지 못한 탓이다. 조선사들은 과거 세 자릿수 이상의 인력을 채용했으나, 최근에는 채용을 진행하지 않거나 극소수만 채용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6~2017년 채용을 중단했다가 2018년에는 사무직 58명, 2019년에는 생산직 50명을 채용했다. 삼성중공업도 한동안 채용을 하지 못하다 최근 들어 소수만 채용하는 편이다. 8개 조선사의 기술교육원 훈련 인원은 2009년 5000명을 넘었지만, 2018년 350명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조선사들의 채용이 줄면서 대학에서도 관련 학과를 통폐합하는 일이 늘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5년에는 전문대학 13개에 조선·해양 관련 학과가 17개 있었지만, 지난해에는 5개 대학, 8개 학과로 감소했다.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는 "전과를 신청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2019년부터 전공수업을 13학점 미만으로 이수한 학생은 전출 우선순위에서 최하위로 적용한다"라고 공지한 상태다.

조선업체들은 인력 고령화에 희망퇴직을 진행하면서도 신규채용을 시도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정년이 10년 미만 남은 사무·생산직 △1969년 이전 출생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2016년 이후 4년 만에 희망퇴직에 나선 셈이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희망퇴직 이후 여력이 있다면 신규 채용을 진행해 청년 인력을 수혈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삼성중공업(010140)도 올해 적은 수지만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2017년 조선산업 불황이 본격화되면서 신규채용이 미미했다"며 "올해도 큰 폭은 아니지만, 신규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수시로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고, 현대미포조선은 설계·생산·기획·안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조선업 침체로 인력이 유출되면, 향후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한다. 일본은 과거 세계 제1의 조선업 국가였지만, 빠르게 진행된 고령화와 설비 축소로 경쟁력을 상실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조선업체의 수주량은 328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점유율은 13%로 한국(37.3%)과 중국(33.8%)에 한참 밀렸다.

조선해양플랜트 협회 관계자는 "과거의 일본처럼 우리도 대학교의 관련 학과 정원을 줄이거나 통폐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연구·기술인력이 사라지면 중국 같은 후발주자들에게 따라잡힐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이를 방지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도 "연간 2000여명의 조선해양학과 인력이 졸업하고 있는데 일자리가 많지 않아 문제"라며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되면 고령화, 고급 인력 유출 등이 문제될 수 있어서 핵심 인력을 지켜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기술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중소형 조선사의 업황 회복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훈 경남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액화천연가스(LNG)선박 발주가 이어지고 있지만 빅3 조선사에만 쏠리는 경향이 있다"며 "대형 조선사와 중소형 조선사들이 기술 협력을 통해 함께 성장해야 산업생태계가 살아나고 신규인력을 모집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소영 기자(seenr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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