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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강남 고가 아파트 거래 ‘뚝’…비규제 지역 청약엔 수만명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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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부동산 대책 한달 / 15억 초과 아파트값 상승폭 일단 ‘주춤’ / 대출 막힌 실수요자들 전세로 전환 / 2020년 강남 전세가격지수 12년來 최고치 / 부평 잔여 4가구 모집에 1만1907대 1 / 고강도 규제 피해 수도권 쏠림 심화

세계일보

연합뉴스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강남을 중심으로 고가 아파트들의 집값 하락 현상이 점차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의도와 달리 다주택자가 여분의 주택을 시장에 내놓지 않고,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실수요자의 자금조달 문제까지 겹치면서 ‘거래절벽’에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는 등 ‘풍선효과’도 심상치 않다.

15일 KB부동산 리브온이 1월 둘째 주 아파트값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5억원 초과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09% 상승했다. 그 전주 서울 지역 15억원 초과 아파트 가격이 0.29%(12월30일 기준) 상승한 것에 비해 둔화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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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2주가 흐른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급매물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문제는 거래량이 줄면서 실수요자들의 수요가 전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격 하락은 12·16 대책으로 주택을 구매할 수 없는 실수요자들이 전세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날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2·16대책 이후 30일간 거래 신고된 아파트 건수는 모두 1922건이다. 이 중 15억원 초과 아파트 거래량은 71건으로, 전체의 3.7%를 기록했다. 12·16대책 이전 30일간 15억원 초과 아파트 거래 비중이 전체의 8.3%였던 것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올해 초 기준 강남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통계를 시작한 2008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리브온에 따르면 강남 아파트 주간 전세가격지수는 지난 6일 기준 100.8을 기록했다. 2008년 4월 이후 최고치다. 지수는 2019년 1월14일 가격을 100으로 잡고 변동한다.

이와 관련, 이창무 한양대 교수(도시공학과)는 “주택을 구입하려던 수요자들이 (12·16 부동산 정책 등) 정부 대책으로 구매가 힘들어지면서 전세로 돌리는 것”이라며 “전세의 경우 (강남 등) 지역에 못 들어가면 자신의 집도 (다른 세입자에게) 전세로 내놓을 수 없어 전셋값 상승 영향이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세입자 보호대책으로 계약갱신청구권(세입자가 원할 시 전월세 2년 연장가능)과 전·월세상한제(전세와 월세의 인상률에 상한선을 두어 일정한 범위 안에서 제한하는 제도) 가능성을 드러내면서 전셋값이 더욱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시 미리 전세를 올리는 수요가 겹치면 (전셋값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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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규제 지역 무순위 청약 수만명 몰려

정부가 점차 부동산시장에 대한 규제 강도를 높여가는 가운데 비규제 지역의 집값이 뛰거나 청약이 몰리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본격화하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비규제 지역인 인천 부평구 산곡동에서 분양한 ‘부평 두산위브 더파크’는 전날 무순위 청약 접수를 진행한 결과 잔여 물량 4가구 모집에 4만7626명이 몰렸다. 경쟁률이 1만1907대 1에 달했다. 1가구를 모집한 전용면적 59㎡B에 3만66명이, 3가구가 나온 전용 49㎡에는 1만7560명이 청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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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순위 청약은 일반분양 당첨자 계약일 이후에 나온 계약 포기자나 청약 당첨부적격자로 주인을 찾지 못한 가구에 대해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순위 청약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높은 경쟁률로 추정하고 있다”며 “정부가 최근 투기과열지구 내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비규제 지역이 풍선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GS건설이 10∼13일 경기도 안양 만안구 ‘아르테자이’ 미계약분 8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결과 3만3524명이 몰려 평균 419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가구가 나온 전용 76㎡A에는 8498명이 몰렸다. 안양 만안구 역시 규제지역이 아니다. 지난달 28일 진행된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코오롱하늘채더퍼스트’ 미계약분 14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엔 7만1222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5087대 1이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의 고강도 규제를 피해 수요가 비규제지역으로 쏠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비규제지역은 정부의 분양가 통제를 받지 않아 시세 대비 높은 가격에 분양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염유섭·권구성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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