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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한현정의 직구리뷰]잘익은 제철 영화 ‘남산의 부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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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어떤 의미로든 지금이 ‘딱’인 제철 영화다. 시리지만 뜨겁고 불편하지만 가슴 아리는,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이다.

영화는 1979년, ‘제2의 권력자’로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담는다. 메가폰은 18년간 지속된 독재정권의 종말을 알린 실제 사건과 관련 인물들의 심리·관계를 면밀히 따라가간다. 동아일보에서 총 26개월 간 연재됐던 취재 록 가운데 중앙정보부 마지막 40일의 순간을 영화화한 것.

헌법 위에 군림했던 중앙정보부의 수장이자 권력 2인자였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은 이병헌이, 권력 1인자 ‘박통’ 역은 이성민이 각각 맡았다. 김규평의 절친한 동료이자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은 오랜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곽도원, 대통령 경호실장이자 김규평과 대립각을 세우는 ‘곽상천’은 이희준이 분해 열연을 펼친다. 홍일점 로비스트 데보라 심은 김소진이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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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연기는 그야말로 살아 숨 쉰다. 이병헌은 특유의 눈빛 연기로 인물의 모든 심리를 표현해낸다. 적은 대사량에 움직임이 크지도 감정의 기복도 적지만 끊임없는 눈빛 표현과 표정 하나, 미소 한 번, 머리를 쓸어 넘기는 제스처만로 모든 감정의 변화를 완벽하게 표현해낸다. 이성민 또한 부와 권력에 대한 욕심을 가까이할수록 흐려지는 판단력, 흔들리는 심리를 몰입도 있게 재현해냈다. 막걸리를 마시며 홀로 노래를 읊조리는 장면이나 ‘임자,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대사는 이 영화의 시그니쳐다. 여기에 영화의 포문을 성공적으로 연 곽도원과 등장 내내 눈을 사로잡는 김소진까지 흠 잡을 데가 없다.

다만 어떤 작품이나 캐릭터든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줬던 이희준은 높은 비중과 (상대적으로 보여줄 게 많은) 입체적 캐릭터를 맡았음에도 무난한 연기로 고수들 사이에서 존재감이 묻힌다.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장면들도 더러 보인다. 캐릭터를 위해 25kg이나 찌웠지만 그 노력이 표현의 원동력이 되진 못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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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곳곳에는 예민한 소재, 중요한 사건을 다루는 데 최대한의 진중함과 신중함을 갖춘 메가폰의 진심이 물씬 느껴진다. 실제 사건에 충실한 탄탄한 뼈대에, 명품 배우들의 연기를 백분 활용해 상업 영화로서의 미덕을 극대화시켰다. 불필요한 군더더기나 작위적인 장치․억지스러운 전개를 걷어내고 개성있는 톤과 뚝심 있는 연출로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절한 배합의 끝을 보여준다.

‘내부자들’의 강렬함이나 자극적이면서도 빠져드는 마성의 매력,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기대하는 관객들에게는 다소 무겁고 어두울 수 있다. 재미 역시 덜 할수도 있다. 반면 ‘마약왕’에서 느껴졌던 난해함과 감독의 과욕에 비해서는 훨씬 대중적으로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긴장감과 메시지,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담겨 있다.

이 같은 소재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혹은 그렇지 않은 관객 모두가 크게 불편하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장르적 한계와 실화가 가진 틀 안에서 묵직한 선방을 날리는 힘 있는 영화로 완성됐다. 기대 이상의 여운과 남다른 분위기가 매력적인, 구정연휴 독재자가 될 만한 자태를 뽐낸다. 오는 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3분.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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