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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사장단 앞에서 표정 굳은 신동빈 "오늘은 듣기 좋은 말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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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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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하반기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오늘은 듣기좋은 이야기를 드리지 못할 것 같다."

지난 15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열린 ‘2020 상반기 LOTTE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 회의)’. 마지막 순서로 마이크를 잡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첫 발언이다. 일순간 모든 참석자들의 긴장감이 고조됐다.

지난해말 대규모 쇄신인사 이후 열린 첫 사장단 회의에서 100여명의 신임 대표이사들과 BU(비즈니스유닛) 및 지주 임원들에 대한 신 회장의 일성은 최근 롯데의 경영성과에 대한 뼈아픈 성찰과 함께 변화였다. 그룹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유통 부문과 화학부문의 실적 부진뿐 아니라 다른 부문의 성장도 둔화된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신동빈, 과거 성공방식 유효하지 않아...게임체인저 강조

신 회장은 이날 “현재와 같은 변화의 시대에 과거의 성공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했다. 또 “기존의 성공 스토리와 위기극복 사례, 관성적인 업무 등은 모두 버리고 새로운 시장의 판을 짜는 게임 체인저 (Game Changer)’가 되자”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현재의 경제상황은 과거 우리가 극복했던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완전히 다르다”며, “저성장이 '뉴노멀'이 된 지금,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지속 성장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발언은 지난 반세기 성장가도를 달렸던 롯데의 수장으로서, 최근 달라진 경영여건에 대한 신회장의 우려와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과거의 성공 방식에 매달리거나 현재의 상태에 안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우리 그룹은 많은 사업 분야에서 업계 1위의 위치를 차지하고 성장해왔지만, 오늘날도 그러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적당주의에 젖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유연한 조직문화와 임직원들의 인식 변화도 촉구했다. 그는 “변화를 위해서는 직원 간 소통이 자유로운 유연한 조직문화를 정립하고 직원들에게 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심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데 아직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쇄신인사는 미래 대응위해 젊은 리더 전진배치 설명

롯데는 지난해말 4명 BU장중 2명을, 또 전체 임원의 40%가량을 교체하고 사장 보직에 전무급을 배치하는 등 대규모 쇄신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룹의 혁신의지를 인사로 보여준 것이다.

신 회장은 이에 대해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젊은 리더들을 전진 배치한 것”이라며 "모든 사업부문의 수익성과 미래 성장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기반한 자원 배분과 투자를 적극 진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롯데 관계자들은 매년 재계 수장들은 위기와 혁신을 강조해왔지만 올해 신회장의 발언에는 과거와 온도차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한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이 유통과 식품 등 실적부진 사업에 대해서는 확실한 성과와 구조변화를 주문한 동시에 사이클상 불황기인 화학분야의 경우 위기 탈출의 해법을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는 2018년부터 매년 상하반기 2차례 VCM을 열고 있다. 상반기 회의는 모든 계열사가 모여 그룹의 새해 목표 및 중장기 성장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다. 하반기 VCM은 사업군별로 모여 각 사 현안 및 중기 전략을 발표하고 향후 성장 방안을 모색한다.

이번 2020 상반기 VCM에서는 2020년 경제 전망과 2019년 그룹사 성과 리뷰 및 중기 계획 등이 공유됐다. 또 롯데의 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를 추진하는 주요 계열사의 실무 임원들이 함께 모여 롯데 DT 추진의 현주소와 향후 과제를 논의하는 토크콘서트도 진행했다.

조성훈 기자 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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