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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94 마스크 쓰고 들어가라고…사지로 내모나" 화성 출동한 경찰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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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지난 24일 오전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일차전지 제조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연기가 치솟는 공장 건물. /사진=뉴스1(독자제공)


화성시 소재 리튬전지 제조공장 아리셀 화재 현장에 투입됐던 경찰관이 열악했던 당시 상황을 폭로하며 지휘부의 보여주기식 지시를 비판했다.

25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화성 화재 현장에 나갔던 경찰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전날 발생한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는 경찰 기동대 소속 A씨는 "갑작스러운 대규모 화재로 출동하면서 경황없이 근무를 서다 아침이 되어서야 퇴근했다. 이미 여러 번 겪었지만, 또 한 번 이 조직과 지휘부 수준에 실망스럽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경찰기동대 직원들에게 화재 연기, 유해 물질로 오염된 현장에 효과도 없는 KF94 마스크 쓰고 들어가라며 사지로 내몰고 아프면 개인적으로 병원 가서 진료받아 보라는 무책임한 조직 지휘부들은 그저 고위직들이 현장 방문하는 것에만 급급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무런 방독, 방화 장비도 없이 저 상태로 밥 먹는 시간 빼곤 근무를 세우더니 고위직 인사들이 방문할 땐 전부 나와서 의미 없이 길거리에 세워두고 그분들 가고 나면 다시 교대로 돌려 근무 세우는 게 의미 있는 거냐. 그저 보여주기로밖에 안 보인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주무 부서도 아닌 저희가 왜 주무 부서인 소방보다도 화재 현장에서 호들갑 난리를 그렇게 떨어대는지, 시킬 거면 최소한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를 지급하고 시키든가. 맨몸으로 투입해 저희가 다른 민간인들과 다를 거 없는 상태로 연기로 인한 독성물질 마시게 하며 사지로 내모는 건 생각들이 있는 거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지구대 근무 중 화재 사건 터지면 안 그래도 정신없는 와중에 상황실에선 인명피해, 피해 추산액, 소방차 몇 대 왔는지, 심지어 내부에 들어가 사진 찍어 보내라는 둥 그저 청장에게 보고만을 위해 직원들 현장으로 내모는 게 현실이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최소한의 장비 지급도 없이 아무 생각 없이 호들갑만 떠는 무능한 지휘부 덕분에 직원들만 며칠 후 또는 몇 년 후에 이런 일들이 쌓여 지병으로 고생하겠지. 총리, 장관, 대통령 올 때만 오버하며 사지로 내몰지 말고 생각들을 하고 지휘하라. 이곳저곳 다 팔려 가는 잡부청으로 몰락했어도 최소한 소모품처럼 굴리지는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을 본 경찰청 소속 B씨는 "몇 년 전 평택 물류창고 화재 때도 화재 현장 지키라고 기동대 경력 근무 세워놓고 마스크는커녕 아무것도 보급 안 해줬다. 방독면 쓴 소방관이 '안전 장비 없이 근무해도 괜찮냐'고 먼저 물어보셨을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다른 이들도 "화재 현장에서 경찰관 순직한 게 불과 1년도 안 된다. 화성에 배치된 기동대랑 같은 경기남부경찰청 소속이다"라고 전했다.

이외에 "10년 전 경찰 기동대였던 제 친구가 담배도 안 피우는데 왜 폐암에 걸려 떠났는지 항상 의문이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겠다" "이게 다 보여주기에 급급한 지휘부 때문 아니겠나" "지휘부들 어떻게 변명할지 궁금하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경기남부경찰청 측은 "기동대 현장 지원 당시 보유하고 있는 방독면을 지참하고 출동할 수 있도록 지시했으며, 이후 방진 마스크를 추가 보급해 착용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날 환경부는 화재 사고 주변 지역의 오염농도를 28회 측정한 결과 불화수소 등 유해화학물질 유출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날 오전 10시 31분께 발생한 화재는 22시간여가 지난 이날 오전 8시 48분께 완전히 진압됐다. 화재로 23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 6명이 경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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