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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中 “미국산 에너지 수입 늘릴 것” 약속에도 유가 하락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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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합의에도 재고부담·합의 이행 불확실에 유가 하락
"中 약속 어마어마·합의 모호… 달성 어려울 수 있어"

미국과 중국이 15일(현지 시각) 1단계 무역 합의에 서명하면서 중국이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기로 했음에도 국제유가는 하루 만에 다시 하락했다. 중국의 합의 이행이 불확실하고 세계 원유가 공급 과잉 상태라는 점이 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미국과의 1단계 무역 합의에서 미국 에너지 제품을 올해 185억 달러, 내년 339억 달러 등 총 524억 달러어치를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0.7%(0.42달러) 내린 57.81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0.8%(0.49달러) 내린 64달러에 마감해 지난해 12월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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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15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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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미국산 에너지 수입 약속에도 유가가 하락한 데엔 재고 부담과 공급 과잉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휘발유 재고는 작년 2월 이후 가장 많은 수준으로 늘었고, 정제유 재고는 2017년 9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에너지 상품의 재고는 쌓여가는 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미국과 OPEC 외 산유국들이 원유 공급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날 OPEC은 월간 원유시장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수요 증가 전망에도 OPEC 회원국이 생산하는 원유에 대한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OPEC에 따르면 올해 하루 평균 원유 수요량은 지난해보다 하루 평균 122만 배럴 증가한 1억98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멕시코와 노르웨이 같은 비OPEC 회원국들의 원유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OPEC 회원국이 생산하는 원유에 대한 수요는 감소할 전망이다.

비OPEC 회원국의 올해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하루 평균 235만 배럴 늘어난 6668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고 OPEC은 전했다. 미국도 올해 셰일 오일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증산해 일평균 원유 생산량이 처음으로 2000만 배럴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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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석유 회사가 셰일 석유를 시추하고 있는 모습. / 미국 지역공동체 환경보호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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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미국이 중국과의 2단계 무역 협의가 마무리 될 때까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전문가들은 1단계 협의만으로는 중국이 실제로 미국 에너지 제품을 매입할지 예단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김두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다른 국가에서 수입하는 에너지 제품의 양을 줄이고 미국 수입량을 늘리겠다는 것인지, 미국산 원유에 부과하고 있는 5%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할 것인지 등 합의 이행에 전제되어야 할 방침이 모호하다"며 "합의가 모호한 만큼 실제 매입이 이뤄질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했다.

또 "상당한 양의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겠다는 건 중국 정부의 의지지만, 그것을 시장에서 소화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정부의 의지와 시장의 작동 원리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무라증권의 아메미야 아이치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중국의 약속은 어마어마한 규모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무역 합의는 깨지기 쉽다"고 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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