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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아마존은 예외”라던 베이조스, 인도 소상인들 ‘환영’ 대신 ‘항의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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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7천만 잡화 소매상 “베이조스 물러나라” 시위

‘아마존 인디아’의 독점 약탈가격·할인공세 횡포로

인도 대륙 소매상들 몰락중…당국도 ‘반독점’ 조사중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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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외국기업이) 인도에서 사업하려면 수많은 장애물이 있다고 항상 들어왔을테지만 우리 아마존은 전혀 예외다. 21세기는 특별한 역동적 에너지로 들끓는 인도의 세기가 될 것이다.” 전세계 자산 부호 1위(1100억달러)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15일 인도 뉴델리를 방문해 2013년부터 시작한 현지 전자상거래 유통망 ‘아마존 인디아’의 대성공을 두고 이렇게 호기롭게 말했으나, 정작 사흘간의 인도 방문은 환영 열기는커녕 차갑고 냉랭한 ‘반 베이조스’ 항의 시위대에 둘러싸이게 됐다.

베이조스가 이날 뉴델리에서 아마존 주최로 연 현지 중소기업 초청 연례행사에 전통 인도 의상을 입고 참석해 두 손을 경건하게 모으는 사이, 인도 전역의 7000만 잡화 소매상이 가입한 소상공인연합(CAIT)은 베이조스 방문기간 동안 300여개 도시에서 베이조스 반대 시위를 열기로 했다. 프라빈 칸델왈 인도소상공인연합 대표는 “지난 6년간 아마존이 악랄한 시장게임에 나서면서 수만명의 잡화 소매상인을 시장에서 몰아내고 있다”며 “아마존이 온라인마켓에서 독점적 약탈가격과 할인공세 횡포를 부려와 인도 대륙 소매상들이 다 쓰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의 약탈적 싼 값 공세에 경쟁력을 잃은 영세업자들이 몰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컨설팅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에 따르면 인도 전역의 소매점은 1200만개(오프라인)에 이른다.

약 390억달러에 이르는 인도 온라인 전자상거래 소매시장은 아마존 인디아와 아마존의 경쟁자인 플립카트(대주주 월마트)가 압도적인 1~2위 시장 지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인도의 시장경쟁 감독당국은 아마존에 대해 △약탈적 가격책정 △배타적인 모바일폰 판매계약 강요 △시장독점력을 이용한 가격 대폭 할인공세 △선택된 판매상에게만 부여해온 특별우대 등이 반독점·경쟁규칙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플립카트도 조사 대상이다.

베이조스는 이날 행사 무대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랜 민주주의 전통을 가진 인도와 가장 최신의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의 파트너 관계는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시장 합작이 될 것”이라며, “인도 중소 소매상들의 디지털화 구축 지원에 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하며 ‘인도 달래기’에 나섰다. 또 “인도에서 아마존이 그동안 50억달러가량 투자해 6만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했고, 인도 전역 55만 유통 판매상과 6만여 제조업자들이 ‘아마존 인디아’ 웹사이트에서 제3자 판매 파트너로 협력하고 있다”며 “2025년까지 아마존 유통망을 통해 인도산 상품 100억달러어치 이상이 전세계에 수출판매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시장에서 아마존이 인도 소매상들의 경쟁력과 성장을 도와주는 역할을 해왔다는 얘기다. 그러나 칸델왈은 “인도 소매상의 경쟁력을 돕고 있다는 베이조스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인도는 유망한 시장이지만 동시에 매우 까다롭기로 유명하다”며 “인도 소비자들이 대체로 아마존의 빠른 배송과 싼 가격에 만족하고 있지만, 인도 대륙 곳곳에 여전히 주요 오프라인 유통업태로 장사하고 있는 수많은 소매상인들이 ‘온라인 유통망 거인’한테 학살당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고 보도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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