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7 (금)

메그시트 위기 단숨에 정리···이게 바로 93세 英여왕의 관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93)의 위기 관리능력이 주목 받고 있다. 해리 왕손 부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독립 선언', 이른바 메그시트(Meghan과 Exit의 합성어)가 불러온 위기에서 왕실을 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현지시간) 여왕이 예고 없이 찾아온 메그시트 위기에서 차분하게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갔다는 왕실 전문가의 말을 전했다.

WP는 "재임한 지 거의 70년이 된 지금도 여왕은 여전히 주권자이고, 보스이며, 명목상 국가정상이자 영국 교회의 최고지배자로서 도덕적 권위를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메그시트 사건은 지난 8일 해리 왕손과 매건 마클 왕손비가 왕실로부터 '독립'을 공식 선언하며 벌어졌다. 해리 왕손 부부가 왕실과 사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독립 선언 배경을 두고 추측이 꼬리를 물었다.

왕실 내 갈등, 향후 지위와 역할, 재정 부담 등이 거론되면서 왕실 전반에까지 부정적 여론이 확산할 가능성이 커졌다.

중앙일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해리 왕자 부부. [AP=연합뉴스]


여왕은 신속하게 가족회의를 소집하고 그날로 수습 방향을 정리해 입장을 발표했다.

여왕은 성명에서 가족회의를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하며 "새로운 삶을 창조하려는 해리와 메건의 바람을 전적으로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리 왕손 부부의 독립선언을 수용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날 긴급하게 진행된 왕실의 위기관리를 두고 왕실 역사가 페니 주노어는 "여왕은 궁극적 전문성을 유지했다. 그는 위기에 강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67년간 왕좌의 자리를 지킨 여왕의 관록이 빛을 발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여왕은 1953년 25살 나이로 즉위한 이래 14명의 총리를 상대했다. 그의 연륜은 숱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는 힘이 됐다.

최근에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예정 시기가 임박한 가운데 총리가 바뀌고 의회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여왕은 정치적 혼란에 휩쓸리지 않고 국익에 봉사하는 태도를 유지했다.

여왕은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세 차례나 초대해 위엄을 보이기도 했다.

중앙일보

지난 2019년 5월 윈저궁에서 열린 행사에서 레인지로버 차량을 모는 엘리자베스 여왕. [EPA=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왕실의 위기와 관련해선 가족 문제가 많았다. 지난해 차남 앤드루 왕자가 미국의 억만장자 아동 성범죄자 제프리 앱스타인 추문에 연루됐을 때도 여왕은 조용하고 재빠르게 상황을 통제했다.

아동 성범죄 의혹을 받는 앤드루 왕자는 해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위기를 자초했다. 여왕은 앤드루 왕자를 공적 임무에서 물러나게 하면서도 곧바로 그와 함께 승마하는 모습을 공개해 가족을 포기하지는 않았다는 이미지를 남겼다.

이처럼 여왕은 위기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모습으로 대중에게 자신을 왕실의 '보스'로 각인시켰다.

올해 93세인 여왕은 건강 관리도 철저하다. 직접 차를 운전하고, 빗속에서 승마를 즐기는 모습은 종종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일각에선 여왕이 95세가 되면 찰스 왕세자(71)가 섭정 지위를 맡을 것이라 관측하지만 왕실 소식통은 이를 부인했다.

왕실 전문잡지인 매저스티의 잉그리드 시워드 에디터는 여왕의 리더십을 '외유내강형'이라며 "벨벳 장갑 속 철의 손"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여왕의 장악력은 여전히 굳건하다"고 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