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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기자의 눈] 스스로 더 키운 ‘이해찬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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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이해찬(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여의도 당사에서 총선 영입 인사 1호인 최혜영 교수에게 민주당 당헌ㆍ당규집과 당원 교과서를 전달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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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 같아 아쉽네요. 말씀 취지는 이해하지만, 집권 여당의 대표께서…”

김종인 나사렛대 재활복지대학원장은 16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날 발언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민주당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선천적인 장애인은 어려서부터 장애를 갖고 나오니까 의지가 좀 약하다고 한다. 하지만 사고로 장애인이 된 분들은 원래 정상적으로 살던 것에 대한 꿈이 있어 더 의지가 강하다고 들었다”는 ‘충격적’ 발언으로 비난을 받았다. 김 원장은 민주당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 없는 나라’를 내걸어 총선 영입 1호로 선택한 최혜영 강동대 교수의 박사 과정 지도교수였다. 최 교수는 척수장애인이다.

김 원장의 아쉬움은 ‘인간 이해찬’을 향하지 않았다. 장애인 재활ㆍ복지 전문가로서 장애에 대한 대한민국의 평균 인식 수준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집권여당 대표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 점만큼은 이해할 수 없는 듯 보였다.

이 대표의 장애인 관련 ‘부적절한 발언’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12월 전국 장애인 당원들이 모인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에선 “정치권에서 말하는 걸 보면 정상인들처럼 비쳐도 정신 장애인들이 많다. 신체 장애인들보다도 더 한심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쯤 되면 ‘이해찬 리스크’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이 대표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철학을 실천하는 집권 여당의 대표다. 그러나 이 대표의 잇단 구설로 여권 전체의 인권 감수성이 의심 받는 상황이 됐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이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은 리스크 관리의 시험대였다. 이 대표가 진심으로 사과하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이 대표는“이번 총선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민주당이 승리해야 하는 선거”라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에 치중했다.

이 대표는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는 발언에 대해 먼저 사과하지 않았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서야 “어느 쪽을 낮게 보고 한 말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여러 가지 조금 상처를 줬다고 하면 죄송하다”고 답했다. 비슷한 질문이 계속 나오자 이 대표는 “자꾸 말씀하시는데, 더 이상 말씀을 안 드리겠다”며 추가 질문을 아예 차단했다. ‘이해찬 리스크’를 오히려 더 키운 기자회견이었다.

김현빈 정치부 기자 hbkim@hankookilbo.com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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