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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대학병원 없애고 일반의원 하라는 것” 이성윤이 만든 개편안에 부하들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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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직제개편안 파장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들은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를 절반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법무부 직제개편안이 수사 현실에서 괴리됐다고 여긴다. 이들은 갈수록 복잡해지는 노동 분야 사건 대응력이 떨어지고, 자본시장의 불공정행위나 반부패 사건 수사에도 공백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 앞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경제범죄 수사의 축소를 우려하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개편안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을 담당한 반부패수사4부를 비롯해 반부패수사3부, 공공수사3부, 외사부, 조세범죄수사부, 과학기술범죄수사부가 형사·공판부로 전환된다.

대검찰청은 16일 각 검찰청 입장을 담아 직제개편안 의견서를 법무부에 냈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들은 대부분 반대 의견을 냈다. 몇몇 부장검사들은 노동 전담 부서인 공공수사3부가 폐지되면 부당 노동행위, 불법파견 등 고도화되는 노동 분야 사건 대응에 지장이 있을 것이란 입장을 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노동 관련 법리가 굉장히 복잡한데 지금 안은 대학병원을 없애고 일반의원을 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성 관점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모 부장검사는 “기존 인력에 형사부 사건까지 같이 맡긴다면 별도 학습이 필요한 전문 부서들의 수사 역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반부패수사부와 조세범죄수사부는 인지수사 비중이 높다. 형사부로 전환되면 고소·고발 사건 비중이 높아져 사건을 개별적으로 인지해서 수사를 착수하는 데 제한이 있다.

수사 공백을 채울 대안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가 형사·공판부로 전환하거나 폐지하려는 부서들의 전담 사건은 대부분 검찰이 수사를 진행한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대표적이다. 2013년 신설된 합수단은 금융위원회, 국세청,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예금보험공사 등 모든 관계기관이 협력해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 사건을 처리하며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렸다. 검찰 관계자는 대규모 원금 손실이 우려되는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예로 들며 “검찰·금융위·금감원의 공동 대응을 원활하게 한 합수단이 없어지면 서로 사건을 떠넘기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초기 대응에 실패해서 몇 천억씩 발생하는 피해는 모두 국민의 몫”이라고 말했다.

법무부가 수요를 따지지 않고 직제개편을 냈다는 의견도 많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직제개편을 단행해 전국 검찰청 특수부 중 일부를 형사부로 전환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최근 직제개편안은 이 형사부들을 다시 공판부로 변경한다. 이 경우 인천지검은 공판부가 기존 1개에서 2개로 늘어난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인천은 공판을 늘려야 하는 수요가 많지 않은데 밑바닥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고 내놓은 안”이라고 했다. 합수단은 없어지고 기존 수사는 금융조사1·2부가 맡는다. 과거 금융조사2부장을 지낸 ㄱ검사는 “단 2개 부서가 합수단 사건까지 처리하기는 벅차다”고 했다.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에 대한 대규모 좌천성 인사와 직제개편안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수사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관련자들은 최근 소환 요구에 불응하거나 조사를 미뤄달라는 요청서를 잇달아 제출했다.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도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을 수사 중인 소환에 불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담당하는 반부패수사4부를 없애는 직제개편이 소환 불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권경애 변호사는 이날 “상상인저축은행을 수사하던 조세범죄수사부가 폐지되니 상상인 주가가 뛰고 신라젠 수사부서인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폐지되니 신라젠은 하루 만에 25%가 급등하는 등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지원·유희곤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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