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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이동귀의상담카페] 왜 세대 간 소통이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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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 경험담 ‘라테는 말이야’ 희화화 / 각 세대만의 고유한 문화 인정·수용해야

세계일보

한 여론조사기관이 부모세대와 자녀세대 간의 인식 차이에 대해 설문한 결과, 부모세대는 ‘자녀와 대화를 자주 한다’ 64.6%, ‘말도 잘 통한다’ 66.2%라고 응답한 데 반해, 자녀세대는 ‘부모와 대화를 자주 한다’ 54%, ‘말이 잘 통한다’는 57.2%에 불과했다. 필자의 상담 경험에 의하면, 자녀 문제로 상담을 의뢰한 대부분의 부모는 ‘우리집은 부모 자녀 사이가 좋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자녀를 상담해보면 10명 중 8∼9명은 자신의 말을 부모에겐 비밀로 해달라고 말한다. 부모 자녀 간에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혹시 ‘라테는 말이야’(Latte is a horse)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면 ‘나 때는 말이야’ 이 말은 어떤가. 예상대로 이 말은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자신의 과거 경험을 무용담처럼 이야기할 때 쓰는 말인데, 얼마나 듣기 싫었으면 ‘라테는 말이야’라고 희화화했을까. 이 말을 모르면 ‘꼰대’라 한다. 불편하거나 억울해하는 기성세대도 있을 것이다. “아니 도움이 되라고 한 말에 꼰대라고 비난하면 아예 입도 뻥긋하지 말고 살라는 말이야? 요즘 젊은이들은 도대체…. ” 하며 기성세대의 말을 인생의 지혜로 받아들이기는커녕 식상한 잔소리로 치부하는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일게 될 것이다.

왜 세대 간의 소통이 어려울까. 무엇보다 서로 살아온 문화와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먹을 것이 없어서 초근목피(草根木皮·풀뿌리와 나무껍질)로 연명했던 세대와 맛난 음식이 가득 쌓인 뷔페식당이 흔한 세대 간에 한끼 식사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이 같을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명문 대학을 나오기만 하면 쉽게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었던 세대와 온갖 스펙을 다 갖췄는데도 정규직을 구하지 못한 세대 간에 진로 포부 수준이 같을 수 있을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기성세대에서는 ‘충효’(忠孝)가 절대적인 가치로 개인보다는 조직을 위한 헌신이 강조된 반면, 요즘 젊은 세대의 중요한 가치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라’인 것 같다. 나아가 불공정한 일은 더 이상 참지 않고 ‘할 말은 하겠다’는 분위기도 강하다. 요즘 대세인 펭귄 펭수는 이런 젊은이들의 마음을 속 시원하게 대변하고 있다. “그냥 눈치 보지 말고 본인이 원하는 대로 살면 됩니다. 내가 힘든데 힘내라고 하면 힘이 납니까.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른이고 어린이고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면 되는 거예요.”

세대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 각 세대에는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고유한 문화가 존재한다. 세대 간 소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 세대 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색다른 것’이고, 또 다름을 통해서 서로 배울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에게 자신의 경험을 강요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기성세대의 입장에서는 좋은 의도로 이야기하더라도 젊은 세대에게는 강요로 들리기 쉽다. 동시에 젊은 세대 역시 기성세대의 말을 무조건 고리타분한 꼰대의 이야기로 치부해 버리지 말고 그들의 경험과 지혜로부터 배우려는 태도를 갖도록 하자. 서로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이 필요한 시대이다.

이동귀 연세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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