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되는 것은 이러한 내용이 최근 증권가 정보지에도 나돌았다는 사실이다. 비록 남의 의견을 전달하는 형식이긴 하나 대통령의 핵심측근이 다시 끄집어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김상조 정책실장이 이날 “강남의 가격을 안정시키는 게 1차 목표”라고 강조하면서 “모든 정책수단을 다 올려놓고 필요하면 전격적으로 쓰겠다”라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허투루 해본 소리는 아닌 것 같다.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집값 원상회복’을 강조한 뒤로 참모들이 대책을 앞다퉈 쏟아내는 모양새다. 하지만 주택거래 허가제는 자본주의의 대전제인 사유재산권을 부인하는 위헌적 발상임을 잊어선 안 된다. 북한 같은 극단적 예외를 빼면 세계 어디서도 사례를 찾기 어렵다. 노무현 정부가 2003년 도입하려다가 포기한 사실을 잘 알면서도 또 만지작거리는 태도에 의혹의 눈초리가 쏠리는 이유다.
강 수석은 ‘9억원’과 ‘15억원’의 두 단계인 주택대출 기준을 더 낮추자고도 했다. 정무수석이 경제정책에 이러쿵저러쿵 참견하는 건 이례적이다. 청와대가 부동산 정책을 경제가 아닌 정치논리로 풀겠다는 뜻이다. 더욱이 오는 4월 총선에서 집값 폭등으로 궁지에 몰릴 것이라는 걱정이 들지도 모른다. 어떤 대가를 치르고라도 일단 집값을 떨어뜨릴 방안을 찾고 있을 법하다.
그러나 18번이나 대책을 내놓고도 집값을 못 잡았다면 이젠 깨달을 때도 됐다. 경제에 정치나 이념이 개입해선 될 일도 꼬이기 마련이다. 시장을 이겨 보겠다고 억지 부리기보다는 원칙으로 돌아가 ‘수요와 공급 곡선’부터 되새기는 게 옳다. 공연히 뒷감당도 못할 위헌적 정책들을 밀어붙였다간 총선이 아니라 정권의 운명 자체가 흔들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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