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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이젠 경찰개혁] 경찰들 '기쁨'보다 '책임'…"이중·삼중 검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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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일선 경찰들, 조정안 통과에 '책임감' 가장 많이 언급

비수사부서선 수사권조정보다 자치경찰제에 더 관심

뉴스1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5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적 295인, 재석 167인, 찬성 165인, 반대 1인, 기권 1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0.1.1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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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유경선 기자 =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이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경찰의 숙원사업이던 수사권 조정이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6년 만에 이루어졌다.

이번 수사권 조정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그동안 경찰이 자체적으로 수사를 매듭지을 수 없었지만, 이제는 경찰의 판단만으로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동시에 '조금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 때문에 어깨가 무거워졌다는 평가가 공존했다.

◇'검·경 이중 수사' 없어져…"더 꼼꼼히 수사해야 한다" 각오

지난 13일 통과한 검·경수사권 조정안 중 하나인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경찰은 범죄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검·경 협력조항이 생기면서 수사 구조가 보다 단순화된 측면도 존재한다.

일선에 있는 경찰들은 대체로 이 같은 점을 반기면서도 늘어난 책임감에 각오를 다지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지역 경찰서 수사부서에서 근무 중인 한 경찰은 "지휘를 받는 종속기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수사기관의 위상이 확립됐다고 본다"면서도 "그에 따라 책임이 훨씬 무거워지기 때문에 수사를 더 책임감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선 지방경찰청의 한 경찰은 "이전에는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기 때문에 경찰이 송치한 사건이라 하더라도 그 의견은 경찰의 것이라고 보기 어려웠다"며 "이제 검·경이 각자 책임수사를 하는 형태로 바뀌면서 경찰이 1차 결론을 책임져야 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수사종결권'에 무거워진 경찰 어깨…"책임지는 시스템 필요"

검·경수사권 조정안 통과 이후 대다수의 경찰은 환영의 박수를 보냈지만, 동시에 경찰 내부에서 계급과 직책을 막론하고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책임'이었다.

최근 경찰 내부 게시망에는 "현재까지는 수사를 하면 수사 담당자가 책임을 졌는데 결재를 한 사람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경찰 고위직도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사건 담당 체계에서 책임 소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총경급 간부는 경찰 수사과정에서의 책임성 강화를 위해 "경찰 조직 내에서 그동안 검찰이 해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팀장 자격제'를 두어야 한다"며 "검찰보다 더한 이중, 삼중의 필터를 만들고 (수사 자격 검증을 위해) 강력한 감찰을 병행해 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경찰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의 시선도 비슷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에서도 기존 시스템을 단계별로 보완해야 한다"며 "지휘관들도 책임감을 가지고 일선의 판단에 오류가 있을지 항상 확인하고 점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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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수사권 조정 법안 통과에 따른 후속조치 관련' 전국 경찰지휘부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1.1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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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경찰·수사품질 우려하지만…"제동·검증장치 마련"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만큼 그에 맞는 경찰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경찰 개혁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14만 규모에 수사와 정보력까지 갖춘 경찰이 거대집단으로서 권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수사에 대한 우려도 아직까지 존재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경찰은 이에 대해 '지금까지 시험대에 오를 기회조차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모든 사건 수사의 결론을 검찰에 맡겨 왔기 때문에 오히려 수사역량을 키울 기회를 박탈당해 왔다는 설명이다.

경찰청 소속 한 총경급 간부는 "책임이 확대된 만큼 지역과 수도권 간 수사 품질의 균질화를 위해 수사 통일성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법률지식의 부족 등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인력은 수사부서에서 걸러내는 등 수사품질의 제고를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서울경찰청 소속 총경급 간부는 "이전에는 '수사지휘'라는 추상적 개념으로 검찰이 경찰을 지휘했다면, 이제는 단계별로 경찰 수사를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마련됐다"며 "검찰이 경찰을 견제할 근거가 더 강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이번 수사권 조정으로 국민의 권익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데 대해서는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게 되면서 법정에서 증거로 유무죄를 다툴 수 있게 됐고, 경찰이 책임감을 가지고 수사에 임하게 되면서 오히려 향상될 것이라고 봤다.

이 경찰 관계자는 "검찰에서 자백을 받기 위해 경찰에서 이미 조사를 받은 피의자를 다시 불러서 재차 조사하는 일이 사라질 것이고 결국 법정에서 증거로 다투게 될 것"이라며 "형사소송법의 큰 개선 흐름에서 바람직한 방향의 변화"라고 평가했다.

◇비수사부서는 수사권 조정보다 자치경찰제 도입 여부에 관심

검·경수사권 조정안 통과에 겉으로 드러난 경찰의 분위기는 '환영'이지만, 조직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수사부서 경찰들은 체감도가 떨어지는 수사권조정보다는 그 후속조치로 논의되고 있는 '자치경찰제' 도입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았다.

서울 관내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한 순경은 "물론 수사지휘권 폐지와 1차 수사종결권을 가지고 온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다만 수사권 조정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자치경찰제를 도입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문제"라고 한탄했다. 그는 "(수사권 조정안이 통과된) 지금까지도 정확히 어떻게 할지에 대한 언급이 없으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가뜩이나 구청 직원들의 퇴근 이후에 구청 업무도 넘어오는 게 많다"며 "자치경찰제로 가게 되면 인사권자가 시·도지사 등이 될 텐데 월급은 경찰에서 받으면서 업무는 구청 업무에 동원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다른 지구대 소속 경찰도 "수사 경찰들은 국가경찰로 남게 되고 자치경찰은 구청에 소속돼 허드렛일이나 하게 되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sewry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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