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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선거 앞 마힌드라의 방한 ‘GM 데자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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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경영 악화에 고엔카 사장 등 어제 방한…노사·채권단 만남

총선 3개월 앞두고 해고자 복직 등 내세워 정부에 지원 요구할 듯

2018년 GM과 비슷…근본적 해법 없는 ‘일자리 볼모’ 반복 우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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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최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수뇌부가 16일 한국을 방문했다. 경영난을 호소하며 정부의 추가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마힌드라의 이번 방문은 GM(제너럴모터스)의 2018년 방한과 닮은꼴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2018년 전북 군산공장을 철수하며 정부를 압박한 GM은 8100억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정부가 수천억원의 혈세를 투입한 한국지엠은 여전히 인력 구조조정을 거듭하고 있다. 마힌드라 역시 마지막 해고자 46명의 복직을 무기한 연기한 후 총선을 앞둔 시기에 한국을 찾았다. 쌍용차가 GM을 모델 삼아 일자리를 볼모로 더 많은 추가 지원을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사진)은 이날 입국하자마자 쌍용차 노사를 비롯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들과 잇달아 만났다.

쌍용차는 2017년 1분기부터 11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적자는 1821억원으로, 아직 공개되지 않은 4분기 실적을 더하면 20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이 확실시된다. 고엔카 사장은 이번 방한을 통해 쌍용차에 대한 마힌드라의 투자 의지를 밝히고, 이를 근거로 정부에 추가 지원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 목적과 시점에 있어 이번 방문은 2018년 GM 경영진의 방문을 연상케 한다. 그해 초부터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 등 GM 경영진은 수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로 직격탄을 맞은 한국지엠의 적자 누적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협조를 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가 가까워질수록 GM은 일자리를 볼모로 한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2월 중순에는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카드를 꺼내들었고, 3월 말에는 부도신청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다음 달에는 구체적인 구조조정 데드라인을 못 박고 협상 타결을 종용하기도 했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현 정부가 무시할 수 없는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결국 산업은행은 그해 4월 말 한국에서 10년간 공장을 유지하는 것을 조건으로 8100억원을 출자 지원키로 했다.

고엔카 사장의 이번 방한 역시 오는 4월 총선을 석달 앞둔 시점에서 이뤄졌다. 이미 지난해부터 마힌드라 측은 쌍용차를 통해 정부에 일정한 신호를 보내왔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해 7월 임원 20% 감원, 급여 10% 삭감을 결정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임금 동결과 상여금 200%를 반납하는 자구안을 내놨다. 동시에 2009년 파업 당시 해고된 쌍용차 해고자 46명의 복직을 무기한 연기시켰다. 2018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참여한 노·노·사·정 4자 협의체의 해고자 전원 복직 합의를 노사 양자가 파기한 것이다.

쌍용차 복직 대기자들은 갑작스러운 복직 연기가 마힌드라의 대정부 협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정부가 관여한 복직 합의를 파기함으로써 정부에 부담을 지워 쌍용차에 대한 정부 지원을 압박하려 한다는 것이다.

■8100억 받은 GM, 법인 일방적 분할·비정규직 해고

지난해 11월부터 쌍용차 노사는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등과 만나 만기가 도래한 산업은행의 대출금 300억원의 상환연기와 추가대출을 요구한 바 있다. 정부는 “개별 기업만 지원할 수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폈다. 이 논의가 진행되는 와중에 해고자 복직을 일주일 앞두고 무기한 연기가 일방 통보됐다. 고엔카 사장은 17일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등 정부 관계자와 만나기로 했다.

고엔카 사장은 이날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 ‘3년간 5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마힌드라는 쌍용차에 2300억원을 직접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마힌드라의 계획을 위해서는 2700억원을 추가 조달해야 한다. 산업은행과 정부를 상대로 대출 만기 연장 및 추가 대출을 넘어서는 요구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정부가 지원의 명분으로 쌍용차의 유휴설비를 이용한 이른바 ‘평택형 일자리’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쌍용차 노사와 정부는 중국 제조사로부터 부품을 싸게 공급받아 전기차를 생산하고, 전기차 생산 기술을 이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쌍용차가 만든 차량에 미국 포드사의 엠블럼을 달아 수출하는 방식도 논의되고 있다.

정작 정부 지원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일자리를 온전히 지킬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다. 한국지엠은 8100억원을 지원받은 이후 일방적으로 법인을 생산법인과 연구개발법인으로 분할했다. 또 인천물류센터, 한국지엠 창원공장 등에서 비정규직을 잇달아 해고한 바 있다.

이효상·전병역·임아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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