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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이주열 '숨고르기' 신호…당분간 기준금리 동결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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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기 부진 일부 완화·수도권 집값 높은 오름세'…금융안정으로 무게중심 이동

전문가들 금리인하 전망 시기 늦춰…추가 금리인하 의견은 여전히 우세

뉴스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0년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0.1.1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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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민정혜 기자 = 지난해 두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숨고르기'에 나섰다.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면서 경기 개선 속도와 부동산 시장 상황을 지켜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일부 긍정적인 경기 판단과 함께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에 공조하려는 듯한 신호를 보이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당분간 연 1.25%인 현행 기준금리가 유지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다만 여전히 대다수 전문가들은 올해 한차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국내 경기 부진 일부 완화·수도권 집값 높은 오름세'…당분간 기준금리 동결 시사

금통위는 1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본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로 유지했다. 시장의 예상에 부합하는 결과였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이하 통방문)에 "국내경제는 부진이 일부 완화되는 움직임을 나타냈다"는 문구를 추가하며 기준금리 동결의 배경을 설명했다. 디플레이션(경기침체속 물가하락) 우려감이 팽배했던 지난해와는 통방문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이외에도 당분간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신호가 다수 명시됐다. 지난해 11월 통방문에서 소비증가세가 약화되면서 성장세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던 부분이 '소비 증가세가 확대됐다'로 변경됐다.

또 지난해 통방문에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꾸준히 명시했던 것과 달리 이달 통방문에선 '가계대출은 증가규모가 확대됐으며 주택가격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높은 오름세를 나타냈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과 관련해 '폴리시믹스(정책공조)'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16일 고강도 주택안정 대책을 내놓은데 이어 지난 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늦추기 시작했다. 오는 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던 김민형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상반기 중으로 인하시기를 바꿨다. 김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늘어났지만, 내리는 결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총재가) 금융안정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을 보면, 경기에 큰 변화가 없는 한 부동산 가격 안정 및 가계부채 동향에 더 초점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하는데, 이 점이 국내 통화정책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한은 금통위의) 무게중심이 물가안정에서 금융안정(동결)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디플레이션으로 실질금리가 높아 금리를 내려야한다는 비둘기파 위원들의 의견은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 내외로 상승하면 실질금리가 0%대에 접근할 것이어서 설득력이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또 "금통위의 경기에 대한 판단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최소한 상반기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이 총재가 정책 공조 차원에서 통화정책 완화의 부작용인 금융 안정 저해를 묵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금리인하 시기 늦추는 분위기…기준금리 추가 인하는 여전히 '대세'

당분간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대세는 추가 인하 가능성이 크다 쪽이다.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 인하 여지가 닫혔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한은은 통화완화 기조를 지속해 경기회복을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며 "추가로 인하할 것이냐의 문제에 대해 조금 더 두고 보려 한 것으로 판단돼 2월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한다"고 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한다"며 "지난 11월 금통위 대비 경기 판단은 상향 조정됐으나 조동철 위원의 동참으로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두 명으로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 금리인하의 여지를 열어두는 모습"이라고 했다. 강 연구원은 "기준금리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충분히 완화적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면서 "올해 경기 회복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추가 금리인하의 명분은 유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 등 대외 리스크 요인들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일부 경제지표들이 반등해 국내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또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계속적으로 부동산 규제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점은 한은의 금리인하 정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아직은 한은이 예상한 성장 경로가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을 갖기 이르고, 대외 리스크 요인들도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위험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백 연구원은 "한은이 금융안정을 이유로 경기 회복에 대한 노력을 미루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내 기준금리 2회 전망을 계속 유지한다"며 "올해 성장률이 반등하더라도 여전히 잠재성장률을 밑돌 것으로 보이고 저물가 우려도 잔존한다"며 "상반기 정부 지출 확대 시 하반기 재정 절벽 우려가 부각될 여지가 있어서 2%대 성장률을 지켜내려면 하반기에도 통화완화 카드는 계속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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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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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는 지난해 7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3년1개월 만에 내리면서 금리인하 사이클에 진입했다. 이후 지난해 8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10월에 연 1.50%에서 1.25%로 한차례 더 내렸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 2016년 6월~2017년 11월 유지됐던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후 금통위는 11월에 이어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이다. 기준금리가 한차례 더 떨어져 연 1.00%가 되면 '안 가본 길'이다.
j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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