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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여적]우한 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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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1월 중국 광둥성에서 농부가 사망했다. 숨을 헐떡거리다가 죽었다. 중국 정부는 그가 이전에 발견된 적 없던 무언가에 감염돼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세계보건기구에 보고하지 않았다. 중국이 쉬쉬하는 사이 방역은 무방비였다. 2003년 1월 중국에서 감기증상을 보이던 양식새우 판매업자가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그는 병원에 있을 당시 의료진과 환자 130명에게 전염병을 살포했다. 감염자들이 움직이며 세계로 전염병을 퍼날랐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창궐하는 과정이다. 사스를 세계로 퍼뜨린 새우 판매상은 ‘만독왕(poison king)’이라고 불렸다. 세계에서 사스에 8400여명이 감염되고 810명이 숨졌다. 한국에서는 3명의 환자가 나왔고 사망자는 없었다. 중국과 동남아의 전염병 창궐에도 ‘선방’한 것이다.

2015년 5월 중동 바레인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다 귀국한 사람이 고열과 기침 증상을 보였다. 이 환자는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연합·카타르를 다녀간 사실을 나중에 실토했다. 이들 국가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주로 발생하는 나라들이다. 이 환자는 병원을 전전하며 메르스를 퍼뜨렸다. 한국판 만독왕이다. 방역당국과 병원의 안이한 태도는 화를 키웠다. 방역당국은 메르스를 ‘감기에 불과한 전염병’으로 보았다. 감염자 관리에 실패했다. 국민은 전염병 공포에 떨었다. 한국에서만 30명의 환자가 발생해 2명이 숨졌다. 경제적 피해도 천문학적이었다.

이들 신종전염병의 원인은 코로나바이러스였다. 구형의 단백질이 뾰족한 왕관처럼 생겨 그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치명적인 해를 입히지 않는다. 인간이 걸리는 감기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코로나바이러스다. 그러나 돌연변이가 되면 살인성 폐렴을 일으킨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전염병이 동남아지역으로 퍼지고 있다. ‘우한 폐렴’으로 불린다. 병원균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이다. 중국에서는 59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그중 2명이 숨졌다. 태국과 일본에서도 환자가 발생했다. 사스 방역에 성공하고 메르스 방역에 실패한 것은 방역자세에 있었다. 전염병 방역에는 ‘티끌’도 ‘들보’처럼 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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