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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주역으로 세상보기] 왜 주역을 공부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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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몇 년 전부터 인문학(人文學)의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인문학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교육시켜 왔다. 인문학이 있으면 천문학(天文學)도 있고 지문학(地文學)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천지인(天地人), 삼재사상(三才思想)에 비추어 보면 그러하다. 그동안 우리는 경제 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왔다. 경제가 어느 정도 발전되면 점차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런 현상을 사람들은 당연하게 여긴다. 왜 그럴까. 그 해답을 주역(周易)에서 찾아보자.

주역이란 무엇일까. 주역은 중국 주나라의 역(易)이다. 주역은 복희씨가 천지인 삼재(三才)를 본떠서 8괘를 만들고(劃卦·획괘), 문왕이 64괘의 괘사를 짓고, 주공이 384효의 효사를 지었으며, 공자가 열 가지 해설을 한 '십익(十翼)'을 합한 것을 말한다. 문왕의 괘사 및 주공의 효사까지를 역경(易經)이라고 한다. 삼경(三經) 중 하나이다.

주역은 수천 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지만, 오늘날까지 우리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예를 들어 신년 운수 보기(토정비결 등), 사주 풀이, 이름 짓기, 관상, 풍수지리 등 여러 분야에 주역의 원리가 반영돼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흔히 주역을 점치는 책(占書·점서)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주역을 점치는 책으로 볼 것은 아니다. 다만 주역은 점치는 기능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주역의 경문에 '길흉회린(吉凶悔吝)'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주역은 어려운 글이다. 주역을 책으로 혼자 공부하려면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어떤 공부 방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쉽게도 느껴지고 어렵게도 느껴진다. 필자는 주역을 대학교에 들어가서 처음 접했다. 당시 주역을 읽어 보았으나 너무 어려워 중도에 포기하였다. 그런데 20여 년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할 때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소개로 대산 김석진 선생님의 주역 원전 강의를 듣게 되면서 주역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되었다.

주역은 그 기본 원리를 잘 이해해야 한다. 괘상(卦象)을 먼저 이해하여야 그 뜻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주역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음양학(陰陽學)이다. 음과 양의 대립과 화합을 통해 중정(中正)·중용(中庸)을 추구하는 학문이다. 음이 강할 때는 양이 약하고, 양이 강할 때는 음이 약하다. 경제와 인문을 음양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경제는 형이하학적이니 음이고, 인문은 형이상학적이니 양이다. 경제 문제에 치우치다 보면 인문을 소홀히 하게 된다. 그러나 경제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인문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것은 음양의 이치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주역은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중요한 도구(tool)이다.

요즈음 '갑을관계'니 '슈퍼 갑'이니 '갑질'이니 하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이 갑을관계도 주역으로 풀어 볼 수 있다. 갑은 양이고, 을은 음이다. 갑이 강하면 을이 약하다. 갑의 힘이 너무 강하면 을의 힘은 더욱 약해진다. 이것이 슈퍼 갑이다. 을의 힘이 갑보다 너무 강하면 슈퍼 을이 된다. 갑을관계는 상대적인 것이다. 결국 상호 양보를 바탕으로 조화와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주역 64괘 중 30괘는 상경(上經)에, 34괘는 하경(下經)에 각각 배치되어 있다. 상경은 천도(天道)를, 하경은 인사(人事)를 설명하고 있다. 천지자연의 이치보다 사람의 생활이 더 복잡하기 때문에 하경에 4괘를 더 배치한 것이다. 천도와 인사는 일맥상통한다. 복잡다단한 사람의 생활 속에 반영된 주역의 이치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주역은 최고의 철학서로서 모든 학문에 일통하는 원리가 된다. 주역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 가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현대에도 수천 년 전의 주역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시대를 관통하는 원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주역을 공부하는 이유는 이러한 이치를 깨달아 현명하고 지혜로운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것이다.

[김병운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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