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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평생 이어질 좋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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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魚友야담]

조선일보

어수웅·주말뉴스부장


설이 다음 주입니다. 꿈과 열정에 관한 세 가지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류의 에세이 '평생 이어질 좋은 기분'. 조금 길지만 인용해 보죠.

"저도 이성하고 놀고 싶고, 그것이 얼마나 즐거운지 압니다. 좋아하는 여자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건 정말 신나는 일입니다. 다만 그 좋은 기분이 얼마나 길게 이어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잠시 계속되겠지만 며칠, 몇 개월, 몇 년이나 이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레이스에서 멋진 기록을 내면 정말 하늘을 날 것 같습니다. 그럴 때면, 만약 그랑프리에서 우승하면 어떤 기분일까,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상상해 봅니다. 데이트를 하고 인생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그런 일보다는 달성하기만 하면 기쁨과 좋은 기분이 평생 이어질 것 같은 뭔가를 해내고 싶습니다. 저는 그걸 F1으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자와 놀고 데이트할 시간이 없는 것을 전혀 고통으로 여기지 않아요."

트레이더 김동조가 쓴 '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에서 이 글을 읽었습니다. 제게는 탐미주의자로 기억되는 무라카미 류. 그가 잘생긴 20대 초반의 F1 레이서를 만났답니다. F1은 주지하다시피 세계 최고의 자동차 레이싱 대회. 류가 물었죠. "당신도 평범한 남자들처럼 술 마시고 데이트하고, 영화 보고, 파티에 가고 싶지 않습니까." 위가 그 대답이었죠.

두 번째 에피소드 역시 같은 책에 있습니다. 이번에는 F1 레이서가 아니라 피아니스트, 시모어 번스틴(93). 배우 이선 호크의 다큐영화로 더 알려진 이 뉴욕의 피아니스트는 스스로의 한계를 벗어나고 싶은 인간에게 이런 4단계 제안을 합니다. 자발성, 인식, 몰입, 통합. 갇혀 있는 행성에서 벗어나려면 중력을 이길 만큼의 속도를 내야 하듯, 우리가 어떤 꿈을 이루려면 이 넷을 훈련하고 이겨내야 한다는 거죠.

마지막은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좋아하면 열심히 하게 되고, 열심히 하면 잘하게 되며, 잘하게 되면 사회가 당신을 찾는다는 명제 말이죠.

혼탁하기 그지없는 세상이지만, 누군가는 시궁창에서도 별을 봅니다. 그러고 보니 셋 중 두 에피소드를 알게 해 준 이 글 쓰는 트레이더도 별을 보는 사람이군요. '아무튼, 주말'은 설 연휴를 쉬고 2월 1일 자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어수웅·주말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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