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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사설] 청와대 '선거 공작' 명백한 증거 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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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울산시장 후보에 대한 하명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는 "단순 첩보 이첩만 했고 수사에 관여한 적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당시 청와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울산지검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에 협조해 주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야당 후보를 잡는 경찰 수사를 지원하라는 것이다. 박 전 비서관 스스로 검찰에 진술한 내용이라고 한다. 청와대의 거짓말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자 선거 공작의 증거가 또 하나 드러난 것이다.

청와대 첩보를 받은 경찰은 야당 후보가 공천을 받은 그날 그의 사무실을 덮쳐 선거에 흙탕물을 끼얹었다. 이후 수사 과정도 도저히 정상이라고 할 수 없었다. 법원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추가 압수 영장을 기각했다. 그러자 경찰은 야당 시장 측근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이 영장을 반려했는데도 언론에 혐의를 흘려 기정사실로 만들었다. 선거 직전엔 야당 시장 측근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또 수사 내용을 공개했다. 검찰이 계속 제동을 거는데도 막무가내로 기소해 달라고 했다. 알고보니 청와대 뒷배를 믿고 그런 거였다. 결국 경찰은 청와대의 조종을 받는 행동대였다.

박 전 비서관이 울산지검에 전화한 것은 다른 청와대 관계자의 요청 때문이었다고 진술했다 한다. 부장검사 출신인 박 전 비서관은 청와대의 수사 개입이 어떤 문제를 낳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그가 거부할 수 없는 누군가의 지시가 있었다는 뜻이다. 야당 시장 첩보도 담당인 반부패비서관실이 아니라 대통령 최측근인 민정비서관실이 만들었다. 그 몸통이 누군지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청와대의 선거 공작 증거는 이미 차고 넘친다. 청와대가 경찰에 넘긴 첩보 중엔 여당 후보 측이 준 내용 외에 자체 수집한 부분도 들어 있었다. 민정비서관이 별동대처럼 운영하던 특감반원들은 울산에 내려가 수사 진행 상황을 탐문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여당 후보 공약을 사실상 만들어줬다. 야당 후보 공약은 무산시키고 엄청난 세금이 드는 여당 후보 공약은 예타 면제 특혜를 줬다. 대통령 핵심 측근들이 여당 후보 측과 '당내 경쟁자 제거' 계획을 세운 물증이 나왔다. 실제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이 여당 내 경쟁자 매수를 시도했다. 청와대가 역대 어느 정권도 시도한 적 없는 수사 검사들에 대한 '인사 학살'까지 감행하며 진실을 덮으려 하고 있지만 이처럼 명백한 증거들까지 지울 수는 없다. 결국 모두 밝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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