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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응급실 ‘뺑뺑이’ 막는다… 응급환자 분류기준·이송지도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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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가족들과 TV를 보던 A씨는 갑자기 식은땀이 나면서 가슴 쪽에 강한 통증을 느꼈다. 119에 신고한 뒤 B병원으로 이송돼 급성심근경색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B병원에서는 급성심근경색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제공할 수 없어 근처 C대학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도착 시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A씨처럼 응급실을 찾아갔으나 치료를 할 장비나 병실이 없어 다른 큰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의 ‘응급실 뺑뺑이’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한다. 119구급대원이 응급환자를 제대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환자 판단 기준과 병원정보를 제공한다. 지역에서 응급환자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역의료인프라도 강화한다.

세계일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가운데)이 17일 제1회 중앙응급의료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환자가 골든타임 내 최종치료병원으로 신속히 이송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응급의료체계 개선방향을 확정했다. 보건복지부 제공


◆응급환자 중증도 따라 119가 병원 이송

보건복지부와 소방청, 응급의료계는 17일 중앙응급의료위원회를 개최하고 ‘환자 중심의 응급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응급의료체계 개선 방향’을 확정했다.

이에 따르면 119상황실에 의사를 배치해 119응급상담서비스의 접근성과 전문성을 높이기로 했다. 2022년까지 의사가 하루 평균 17명 이상 근무하도록 할 계획이다.

중증 응급환자를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재빨리 이송하기 위해 119구급대원과 응급실이 공통으로 쓸 수 있는 ‘응급환자 분류기준’은 올 상반기 마련한다. 현재는 양측의 환자 분류기준이 달라 골든타임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구조대원이 중증도 기준에 따라 환자를 종합병원 등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3대 중증응급질환(중증외상, 심근경색, 뇌졸중) 발생에 대비해 응급환자 이송지도도 2021년까지 구축한다. 특정 현장에서 특정 환자가 발생할 때 어떤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지침을 미리 정해둔 것으로, 현장에서의 판단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응급환자 ‘바이패스’(환자를 받지 못하고 패스한 상황)는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고 총량도 관리하기로 했다. 병원이 119상황실에 추가 환자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사전에 알리는 ‘수용곤란 고지’가 병원마다 기준이 다르고 부적절한 결정으로 볼 수 있는 사례가 있어 실태를 파악하기로 한 것이다.

세계일보

◆지역 내 치료 가능하도록 응급의료 인프라 확충

중증응급질환 환자가 다른 지역으로 전원·이송되지 않고 지역 내에서 최종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 내 책임진료체계를 구축한다. 70개 중진료권을 중심으로 최소 1개 이상 지역응급의료센터를 두고, 시·군·구별 최소 1개 이상의 응급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응급의료기관의 종별 진료책임과 역할은 법적으로 명시할 방침이다. 지역응급의료기관은 경증·비응급환자 중심의 진료를 하면서 중증응급환자에 필요한 초기 처치 후 신속히 이송하고, 중증환자는 지역응급의료센터나 권역응급의료센터가 맡는다. 중증응급환자를 역량 있는 병원이 진료할 수 있도록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에 응급전용 중환자실, 고난이도 중증응급질병군 등을 추가할 방침이다.

또 경증환자가 상급병원 응급실에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고 신속한 퇴실을 유도하기 위해 경증환자가 응급실을 이용한 뒤 같은 병원에서 외래·입원 진료를 받으면 건강보험을 적용해주지 않는 등의 불이익을 줄 계획이다.

외상·심뇌혈관·정신·소아응급 등 전문응급진료 대응체계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지역단위 외상환자 진료 협력체계 구축, 정신질환자응급의료센터 지정,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의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운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현재 52.3%인 중증응급환자 적정시간 내 최종치료기관 도착률을 2022년까지 60%로, 중증응급환자 최종치료 제공률은 65.9%에서 7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오늘 마련한 개선방향을 충실히 이행해 환자 중심의 지역완결형 응급의료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구체적 실행방안을 마련할 상시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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