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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한 해 12만마리 이상 길거리에… 입양비 보조 등 다각 지원 [뉴스 인사이드 - 지자체 '유기동물 줄이기 사업'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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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유기견 입양 땐 보험비 20만원 지급 / 보험은 동물 인한 피해 최대 500만원 보상 / 부산시, 동물 코주름 등록 통해 유기 방지 / 경기도, 4억 들여 내년 ‘동물 입양카페’ 설치

울산시 북구 주민은 북구가 지정한 동물보호센터에서 유기동물을 입양하면 최대 10만원까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2018년부터 추진된 사업이다. 유기동물을 입양할 때 하는 질병진단과 치료, 예방접종, 중성화 수술비 등에 드는 비용 20만원의 절반을 지원하는 것이다. 올해도 예산 500만원을 확보해 뒀다. 울산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초등학교 희망학급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동물사랑교육’을 벌이고 있다. 청진기로 동물의 심장소리를 듣는 활동 등을 통해 생명존중의식을 알리고, 반려동물의 바른 의미, 첫 만남에서 인사하는 방법과 같은 올바른 교감법을 알려주는 내용이다. 유기동물의 실상과 동물등록제의 필요성, 펫티켓(반려동물과 함께 있을 때 지켜야 할 예의) 등도 함께 교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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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나 1인가구 증가와 맞물려 개나 고양이 등 동물과 함께 가족처럼 지내는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시대의 ‘그늘’을 걷어내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 지방자치단체와 기관이 늘고 있다. 한 해 12만마리 이상이 길거리에 버려지는 ‘유기동물’ 문제를 해소하려고 다각적인 방안을 동원하는 것이다.

◆지자체마다 ‘유기동물 줄이기 사업’ 봇물

17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반려동물 100만여마리가 사는 서울시는 지난해 초 ‘동물 공존도시 서울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유기동물 안락사 제로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 동물보호센터에서 유기견을 입양하면 약 20만원의 동물보험비 1년치를 지원한다. 보험은 동물의 상해와 질병치료비뿐 아니라 동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도 최대 500만원을 보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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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민간단체의 입양 활동과 동물보험 지원에만 6억원 이상의 예산을 책정했다. 유기견 중증 질환 치료와 응급치료를 위해 응급구조 치료기관을 지정해 24시간 운영한다. 서울의 동물병원에서는 1만원만 내면 반려견에 내장형 동물등록칩을 이식할 수 있다. 서울시는 길고양이 보호시스템도 만들었다.

관악구는 구청 홈페이지 내에 유기동물 입양코너를 마련해 반려동물 가족 찾아주기를 하고 있다. 이달부터는 버려진 동물을 입양하는 구민에게 중성화수술·예방백신 등 병원비용을 10만원 금액 내에서 지원한다. 20만∼30만원에 달하는 중성화 수술비용을 지원하고, 저소득층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예방접종비와 중성화 수술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수의사와 반려동물 행동상담사, 미용사 등이 동 주민센터를 찾아가 간이검진, 영양상담, 행동상담 등을 하는 ‘찾아가는 동물병원’도 진행할 예정이다.

강동구는 최근 올해 첫 유기동물 분양식을 열었다. 2017년 11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카페형 유기동물 분양시설 ‘강동리본센터’에서다. 이곳에서는 입양을 원하는 사람이 분양상담을 받고 소정의 숙려기간을 거쳐 유기동물을 입양한다. 입양 후에는 무료교육도 받을 수 있다. 전문 훈련사가 반려견을 키울 수 있는 지식과 정보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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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서는 올해 ‘2020 경기도 동물사랑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예산 386억원이 투입될 이 계획에는 유실·유기동물 입양비 지원과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동물등록제 지원, 반려동물 보험가입 지원 등이 담겼다. 경기도는 입양비와 함께 진료비와 예방접종비 등도 지원한다.

경기도는 내년 4억원을 들여 반려동물 입양 카페를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다. 카페는 사회화 교육을 받은 유기견과 교감하고 입양할 수 있는 상설공간이다. 반려동물 문화교실과 반려동물 생명존중 교육, 반려견 놀이터 조성 등의 사업도 진행된다.

부산시는 동물 유기방지시스템을 도입했다. 동 주민센터에 동네 주민이 지문을 등록하는 것처럼 버려지는 동물을 줄이기 위해 ‘비문’을 등록하는 것이다. 비문은 동물의 코주름이다.

충북도는 유기동물을 입양하면 최대 20만원까지 지원하고, 강원 속초시는 최대 10만원을 보조해 준다. 경남도와 충북, 인천, 충북 음성군 등에서도 유기동물 입양비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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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 매년 꾸준히 증가

지자체들이 이처럼 다양한 지원사업에 나선 건 매년 유기동물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8년에만 국내에서 12만1077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했다. 전년 대비 18% 늘어난 수치다. 2015년부터 매해 증가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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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발생한 유기동물 수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제공하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 데이터를 활용해 실시간 유기동물 통계를 알려주는 ‘포인핸드’에서는 지난해 13만3000여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버려진 동물 중 3만3422마리(27.6%)는 입양됐지만, 2만4509마리(20.2%)는 안락사했다. 자연사한 동물은 2만8890마리(23.9%)였다. 안락사와 자연사를 더하면 유기동물의 44.1%는 보호소에서 죽음을 맞은 것이다. 보호소에서 노화로 자연사하는 비율은 2% 내에 불과하다. 버려진 동물들은 보호소에 온 지 20∼30여일 사이에 폐사하고, 병사나 사고·상해로 폐사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 동물보호단체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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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이 늘어나면 구조·보호 등을 위한 관리비용도 늘어난다. 2018년에만 동물보호센터 운영비로 200억4000만원이 쓰였다. 전년 155억5000만원에 비해 28.9% 증가한 수치다. 길고양이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한 TNR(Trap:포획, Neuter:수술, Return:방사) 사업에도 67억9000만원이나 들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유기동물 입양비를 보조해 주는 식의 재정적 지원에 중점을 둬선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유기동물을 입양하려고 하거나 입양을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다.

이찬형 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 사무국장은 “재정적 지원만으로는 유기동물을 줄이는 효과는 적을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캠페인과 교육 쪽으로 지원을 늘려 반려동물과 유기동물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게 유기동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지자체들이 여러 입양 지원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유기동물 입양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더 많은 지자체에서 추진하면 입양이 좀 더 활성화할 것으로 본다”며 “아울러 유기동물을 예방할 수 있는 정책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울산=이보람 기자·전국종합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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