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7 (월)

[무플방지]"지금 핫이슈는 주진모 아닌 주예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주진모·주예지 논란 관련 이중잣대

"여자라서 더 당해"vs"모든 남자가 다 그런 건 아냐"

여성은 '불쾌', 남성은 '불편'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지금 핫이슈는 주진모가 아닌 주예지”

누리꾼 ‘uj***’의 댓글이다. 그는 “남초(男超) 커뮤니티에선 아내 두고 다른 여자들과 노닥거린 왕년의 톱스타는 부럽기만 할 존재일 뿐 죄의식도 없다. 용접공 비하한 스타강사 주예지만 핫이슈다”라고도 했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은 ‘베스트 댓글’은 아니지만, 이와 비슷한 “주예지가 남자였으면 이렇게까지 욕먹었겠는가”, “주씨가 여자 연예인이었다면 벌써 은퇴했을 거다”라는 등 이중잣대를 문제 삼는 댓글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이데일리

배우 주진모 (사진=이데일리DB)


◇ “주진모 씨,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다”

지난 10일 배우 주진모의 휴대전화 해킹 협박 피해가 알려진 뒤 그와 톱배우 A씨와 주고받았다는 문자 메시지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졌다. 수영복을 입은 여성들의 사진을 주고받으며 외모 평가를 하고, 서로 만남을 주선하는 등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유포는 법적 처벌 대상”이라면서도 대화 내용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주씨에게 먼저 유감을 표한 곳은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다.

한사성은 주씨에게 “당신들이 만든 세상에서, 남자들은 ‘주씨는 당시 미혼이었는데 성인 남자가 여자 좀 만날 수 있지’라고 이야기한다”며 “이것은 ‘잘나가는 남자’들의 대화이며, ‘털어서 안 걸릴 남자가 어디 있느냐, 남자들은 원래 다 저렇다’고 말한다. 당신들은 ‘사생활 유출을 당한 피해자일 뿐’이라고 대변하기도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주진모씨,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다”며 “여자들은 더 이상 그런 일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런 사생활은 용인될 수 없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당신들이 누려온 더러운 성 착취 문화와 그것을 가능케 한 젠더 권력은 당신의 지위와 함께 해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주예지 발언은 귀여운 수준?”

5일 뒤 주씨의 ‘실시간 검색어(실검)’ 자리를 대신한 건 스타강사 주예지였다.

주씨는 ‘트와이스의 채영 닮은꼴’로 알려지면서 많은 남성팬을 거느린 수학 강사이자 인스타그램 팔로워 23만 명, 유튜브 채널 구독자 4만 명에 이르는 인플루언서(Influencer)다. 그는 13일 유튜브 채널의 라이브 방송에서 “7등급은 공부 안 한 거다. 그렇게 할 거면 지이잉~(용접공 흉내) 용접 배워서 호주 가야한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주 씨는 “변명의 여지 없는 실수”라고 사과했다. 분명히 그의 발언에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고, “직업에 귀천이 어디 있나”라는 교과서적인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여자라서 더 욕먹는다”, “3040 남자들이 댓글 비율 85%…‘30분 더 공부하면 내 남편 직업이 바뀐다’를 급훈으로 쓰던 대한민국 맞음?”라는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실제로 지난 15일 네이버 사회 섹션에서 가장 많이 본 주예지 관련 기사의 댓글 작성자 비율은 남성 75%, 여성 25%였고 30대가 35%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주예지 발언은 귀여운 수준”이라며 성공한 한 남성 강사가 과거 인터넷 강의 중 “과거 가르치던 여학생에게 ‘너 이렇게 계속 살면 너는 인생이 창녀보다 못해질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사실 그럴 가능성이 있는 애들이 이 안에 여러 명 있다”고 발언한 영상을 게시한 누리꾼도 있었다.

또 주 씨가 문제의 발언을 했을 당시 실시간 채팅창에 “주예지 님 OO 보고 싶어요”라는 성희롱 발언이 올라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자 남초 커뮤니티 중심으로 성희롱 발언을 한 누리꾼의 정체가 남성이 아닌 여성으로 확인됐다며 “역시 여자의 적은 여자”, “남성혐오를 위한 주작”이라는 반응도 이어졌다.

이데일리

사진=주예지 유튜브 방송 캡처


◇ 주 씨, ‘문자 속 여성’ 인정에 “너도 그러냐”

주예지의 용접공 비하 논란이 온라인을 한바탕 휩쓴 뒤 주진모는 침묵을 깨고 “문자 속 여성들에게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주진모는 지난 16일 “해커들의 협박에 굴복하면 계속 괴롭힐 것 같아 응하지 않았는데, 결국 주변 사람과 문자에 언급된 여성들에게 큰 피해를 주게 됐다고 말했다”면서도 “하지만 결단코 이성의 신체 사진을 몰래 촬영해 유포하는 부도덕한 짓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주진모의 사과에도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해킹 범죄와 별개로 여성을 모욕하고 성적 대상화했다는 의혹은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여초 커뮤니티에선 “저렇게 사는 남자들, 동조하는 사람들 다 싫다”, “뜨끔한 남자들 많을걸”, “해커를 응원해야 하는 슬픈 현실”, “이래도 모든 남자가 그런 건 아니라고 쉴드칠 수 있냐”라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반면 “‘우리’가 해커의 덫에 걸린 게 아니라 저 인간들이 걸린 거다”, “와이프한테 ‘너도 그러냐’면서 등짝 맞았다”, “여자들은 남자 외모 품평 안하나”라는 등 ‘항변’도 있었다.

또 “나도 가까운 지인들이랑 서슴없이 대화하고 때때로 감탄사 격의 욕설을 할 때도 있다. 물론 그게 범죄는 아니지만 누군가 알게 된다면 부끄러운 대화는 맞다. 일반인도 해킹해서 직장에 뿌리겠다고 협박하면 세상에 겁 안 날 사람 없다. 온 세상에 발가벗겨진 느낌”이라는 댓글도 보였다.

이데일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가 페이스북에 게재한 주진모 휴대전화 해킹 사건 관련 기사 댓글


◇ 여성은 불쾌했고 남성은 불편했다

주예지, 주진모 이슈를 두고 벌어진 남녀 간 공방은 “남자들은 원래 그래”, “여자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는 시각에서 비롯됐다. 관련 댓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여성은 불쾌했고, 남성은 불편했다.

지난해 12월 학술지 ‘여성연구 4호’에 실린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의 ‘성차별 언어 접촉 경험의 성별 효과: 감정, 인지 그리고 행동’ 논문에 따르면, 이러한 성차별적 발언에 여성은 불쾌함,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을 주로 느끼고 남성은 중립적이거나 순응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고등학생 이상 남녀 18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녀 모두 불쾌감을 가장 크게 느꼈다고 했다. 주목할만한 건 그다음이었다. 여성은 분노가 두 번째 감정인 데 비해 남성은 ‘무감정’을 꼽았다. 성별 차이가 뚜렷이 나타난 감정은 ‘죄책감’이었다. 성차별적 언어를 들었을 때 죄책감을 느끼는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았다.

연구진은 ‘죄책감’에 대해 “성차별 이념에 대한 반발이라기보다는 가부장적 성별 고정관념에 잘 부응하지 못하는 데 대한 불편함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