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2 (수)

배달의 민족 삼킨 '게르만 민족'···그 뒤엔 '아프리카' 있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스분석]

음식 배달 앱 회사 ‘배달의 민족(배민)’과 딜리버리히어로(DH)의 인수합병(M&A) 이슈에서 하나 분명히 해두자. ‘인수 주체=DH, 배민=피인수 회사’란 점 말이다. DH가 배민을 40억 달러(약 4조7500억원)에 사들였다는 게 뉴스의 핵심이다. 그런데 토종 회사인 배민에 비해 상대적으로 DH는 베일에 가려있다. DH를 깊숙이 들여다봤다.



‘먹성’ 좋은 배달 공룡 DH



중앙일보

딜리버리 히어로(DH)는.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DH는 2011년 독일 베를린에서 창업한 음식 배달 앱 회사다. 배민이 ‘게르만 민족’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 이유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니콜라스 외스트버그는 글로벌 컨설팅업체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출신이다. 2008년 유럽 시장을 겨눈 배달 서비스 업체 ‘온라인 피자’를 창업한 뒤 DH 경영에 뛰어들었다.

DH는 먹성 좋은 회사다. 배달 앱 회사를 잇달아 인수하며 유럽에서 시작한 서비스를 세계 곳곳으로 확장했다.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배달 서비스 ‘푸드판다’, 남미 ‘푸도라’, 중동ㆍ북아프리카 ‘탈라밧’이 대표적이다. 한국에는 2011년 진출해 2012년 ‘요기요’를 출시하고 2015년 ‘배달통’, 2017년 ‘푸드플라이’를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현재 40개 국가에서 28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성공 전략은 철저한 현지화. 현지 기업을 인수한 뒤 DH 색깔은 지우고 해당 브랜드ㆍ마케팅 전략을 그대로 가져갔다. 자사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고집하는 ‘우버이츠’와 다른 방식이다. 2018년 기준 3억6700만건 이상의 주문을 처리했다. 201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상장할 당시 27유로였던 주가는 지난 15일 71유로로 급등했다. 시가총액은 17조5000억원에 달한다.



DH 움직이는 큰 손 ‘내스퍼스’



중앙일보

푸티 마한옐레 내스퍼스 남아프리카 CEO가 지난해 10월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대주주는 22% 지분을 가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글로벌 투자회사 ‘내스퍼스(Naspers)’다. 내스퍼스는 1915년 케이프타운의 신문사로 출발했다. 이후 인터넷ㆍ미디어 회사로 진화했다. 중국 인터넷 업체 ‘텐센트’ 지분 31%를 갖고 있다. 이 밖에도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렛고’, 러시아 소셜미디어 회사 ‘메일루’ 지분에 투자했다. 남미와 중동ㆍ북아프리카ㆍ동남아에서 현지 배달 앱 시장 1~2위 브랜드를 갖고 있다. 특히 텐센트에 과감히 베팅한 것으로 유명하다. 2001년 창업한 지 3년 된 텐센트에 32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후 텐센트 지분 가치가 수천 배 이상 뛰었다. 현재 가진 텐센트 지분 시장 가치만 150조원에 이른다.

최근에도 국경·업종을 가리지 않고 공격적인 M&A 행보를 보여왔다. 2012년 인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플립카트’ 지분 10%를 1억2000만 달러에 사들인 뒤 투자 규모를 6억1600만 달러까지 늘렸다. 지난해 플립카트 지분 11.8%를 22억 달러에 월마트에 넘겼다. 최근엔 영국 배달 앱 1위 ‘저스트잇’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55억 파운드(약 8조3000억원)를 베팅했다. 내스퍼스는 현지에서 전자상거래, 음식 배달, 여행, 인터넷을 연계해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밥 반 디크내스퍼스 CEO는 “내스퍼스는 돈 많은 투자자보다 경험 많은 사업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각축 벌이는 글로벌 배달 앱 회사.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자주 비견되는 경쟁사가 일본의 소프트뱅크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에 초기 투자해 투자업계 ‘큰 손’으로 떠오른 이력이 내스퍼스와 비슷한 데다 최근 글로벌 배달 앱 M&A 시장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어서다. 중국에선 텐센트가 최대 주주인 배달 앱 회사 ‘메이퇀’과 알리바바의 ‘어러머’가 각축하고 있다. 동남아에선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그랩의 자회사 ‘그랩푸드’가 DH가 투자한 브랜드들과 경쟁하고 있다. 역시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우버이츠’는 북미ㆍ유럽에서 강세를 보인다. 유럽은 DH를 비롯한 내스퍼스 투자사들의 본거지다. 한국에서도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쿠팡’이 배달 앱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맞불을 놨다.



배달 앱 춘추전국시대



중앙일보

성장하는 온라인 음식 배달 글로벌 시장 규모.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투자은행 UBS는 세계 온라인 음식배달 시장 규모가 2018년 40조5000억원에서 2030년 423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 보급과 1인 가구 증가 추세가 맞물리면서 음식 배달이 활성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자결제, 물류 자동화와 드론(무인 항공기)의 발달은 배달 서비스를 한 단계 더 진화시킬 수 있다.

성장성이 높은 만큼 ‘출혈경쟁’이 한창이다. 수익보다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서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업체는 살아남지 못한다. 주문액 기준 세계 최대 배달 앱 업체는 2015년 창업한 중국 메이퇀이다. 2018년 기준 주문액이 400억 달러로 2위인 우버이츠 주문액(74억 달러), 3위 저스트잇(52억 달러)과 비교 불가다.

최근엔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도 영국 업체 ‘딜리버루’에 투자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딜리버루 기업가치는 4조7000억원에 달한다. 딜리버루는 유럽 시장에서 저스트잇의 가장 유력한 경쟁사다. 구글의 지주사 알파벳도 2018년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그랩푸드의 경쟁사인 ‘고젝’에 120억 달러(약 14조원)를 투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