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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폐지권고했다 부결…5개월만에 원점 돌아간 '춤 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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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34명 사상 뒤 광주 서구의회 조례폐지 나서

식약처 표준안 기반 개정안도 부결…5개월 헛바퀴

뉴스1

광주 서구의 '춤 조례'가 5개월여간 개정과 폐지 논의만 반복하다 결국 부결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7월27일 구조물 붕괴사고가 난 광주 서구 치평동의 클럽 건물 전경. 2019.7.27/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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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지난해 7월 광주 서구 모 클럽 구조물 붕괴사고로 34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폐지 여론이 일었던 '춤추는 조례'가 5개월여 동안 개정과 폐지 논의만 반복하다 결국 부결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당 조례의 혜택을 받는 업소가 단 2곳뿐이라 또다시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조례를 폐지하는 게 마땅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반면, 논란이 있다고 무조건 관련 조례를 폐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대의견이 맞서기 때문이다.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폐회식을 하루 앞둔 지난해 7월27일 광주 한 클럽에서 불법 구조물이 붕괴하면서 3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해당 클럽은 무자격 시공업자가 불법으로 구조물을 증·개축했지만 단 한 차례도 안전관리를 받지 않는 등 법의 사각지대에 있던 것이 드러났다.

그러자 이런 불법 영업장이 활발히 영업을 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광주시 서구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가 지목됐다.

사고 당시 관리감독이 허술했던 서구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조례가 불법 영업의 배경으로 지목되면서 2016년 7월 조례를 발의한 의원과 서구의회 등이 비판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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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27일 오전 2시39분 복층 구조물이 붕괴된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클럽 모습.(독자제공) 2019.7.27/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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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조례에 따르면 업주는 설계도를 신고할 의무도 없었고 모든 안전 규정이 강행규정이 아닌 탓에 지자체의 관리·감독에도 벗어나 있었다.

더군다나 당시 해당 조례의 혜택을 받는 업소가 단 2곳뿐이라 또다시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조례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해 8월6일 광주 서구의회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클럽 내 구조물 붕괴 사고에 따른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특위)'를 구성했다.

하지만 의결기관인 서구의회는 조례를 직접 폐지하지 않고 같은 달 30일 서구에 '춤추는 조례'의 폐지 권고안을 보냈다.

서구의회는 조례 운영기관인 서구청의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집행부에 폐지권고를 보냈지만 당시 해당 사안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 정치적 부담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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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서구의회가 지난해 8월12일 광주 클럽 구조물 붕괴 사고와 관련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해 1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2019.8.12/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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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다시 '조례 폐지' 공은 서구로 넘어가게 됐다.

공을 넘겨받은 서구는 고민이 깊었다. 폐지를 하면 현재 조례를 기반으로 운영을 하는 1개 업소가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 분명했고, 논란이 있다는 이유로 조례를 폐지한다면 소송에 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서구청은 2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사업장 업주와의 간담회를 열고 행정적·법률적 검토를 이어나갔다.

그러던 지난해 11월12일 조례 개정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던 서구청은 식약처에서 내려온 조례 표준안을 기반으로 개정안을 마련했다.

당시 식약처는 광주 클럽 사고를 계기로 조례가 마련된 자치구를 전수조사해 안전 관리 규정과 의무조항을 신설한 해당 조례 표준안을 만들었다.

서구의회가 넘긴 폐지 권고안은 다시 개정안이 되어 의회로 돌아왔다.

하지만 입법 예고 기간까지 거친 해당 조례는 지난해 12월6일 절차상의 문제로 '춤추는 조례' 전부개정 조례안 처리가 연기됐다.

결국 지난 15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총무위원회는 의원 6명의 만장일치로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기획총무위 의원들은 개정안에서 기존 조례와 달리 업소 면적 제한 규정이 사라지면서 영업장을 과도하게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객석 밝기를 60럭스(1럭스=촛불 1개 밝기) 이상 유지하도록 하고 우주볼과 같은 특수조명시설 설치를 금지하는 규정 등이 너무 과도한 제한이라며 개정안 부결에 의견을 같이했다.

의원들간 입장을 조금씩 차이를 보였지만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충분한 논의를 해야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논란의 중심에서 폐지와 개정 논의를 오가다 사고 5개월 만에 다시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제 다시 공은 서구로 넘어가게 된다. 서구는 사고가 발생한 지난해 7월처럼 간담회와 법률 검토 등 다양한 논의를 진행해 폐지안 또는 개정안을 서구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신중한 검토를 위한 결정이었지만 사고 5개월이 지나도록 재발 방지 대책은 물론 조례의 행방조차 결정하지 못한 서구와 서구의회는 국민적 비판을 면하지 못하게 됐다.

수개월에 걸친 영업장과의 면담과 법률 검토 등을 진행했던 서구 공무원은 올해 초 인사이동으로 다른 부서에 배치됐다. 불과 몇 주 전 담당업무를 배정받은 공무원이 처음부터 해당 조례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전문성과 행정의 연속성이 떨어지면서 개정안 마련이 더욱 더뎌질 것이 분명하고 해가 바뀌고 국민적 관심도 역시 낮아진 올해 조례 행방이 얼마나 진척이 있을 것인지 우려가 높다.

서구의회 역시 서구가 조례 폐지안 또는 개정안을 마련해 온다 하더라도 "단 한 곳의 영업장을 위한 조례는 있을 수 없다"는 목소리와 "논란이 있다고 조례를 무조건 폐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 여전히 맞서고 있다.

입장차는 있을 수 있지만, 내부에서조차 "해당 조례의 폐지가 위법이다, 아니다, 개정안 세부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 아니다 등 의원들조차 법률 검토가 되지 않아 이견이 많기 때문이다.

한 구의원은 "결국 3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바뀐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집행부에서 또다시 조례 개정안을 다듬어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의원들 간에도 입장차가 커 쉽사리 결론이 날 것 같지는 않다"고 우려했다.

서구에 거주하는 김모씨(29)는 "한국인들의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이 이런 지지부진한 논의를 이끌어 온 건 아닌가 싶다. 결국 일반 시민들은 어느 업장이 해당 조례로 운영하는지 모른채 업소를 드나들고 위험에 노출 것 아니겠나"라고 비판했다.
beyond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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