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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대법 '전자소송' 추진단 띄웠지만…국회 예산삭감 차질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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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억 중 약 7.5억 깎여…인공지능의 판사 지원 먼 길

신속재판·비용절감 위한 원격 영상재판 확대도 제동

뉴스1

서울 서초동 대법원. 2019.1.10/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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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올해부터 시작되는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 구축사업은 벌써 오래돼버린 현 시스템을 개선하고 재구축해 사법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것입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2일 새해 사법부 첫 행사인 시무식에서 밝힌 역점사업 중 하나는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 구축이었다. 하지만 국회에서 처리된 예산안에서 일부 사업예산이 잘려나가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2020년도 정부 예산안에 당초 131억원이 편성돼 있던 이 사업은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7억여원이 깎였다.

지능형 법관업무지원 사업 예산 4억9500만원, 원격영상재판 사업예산 2억6000만원이 삭감된 예산안이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달 대법관회의에서 법원행정처에 사업 추진을 위한 '차세대전자소송 추진단'을 설치하기로 하고 단장에 박노수 사법지원총괄심의관, 부단장에 유동균 판사를 인선해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갔으나 이들 사업은 집행이 어렵게 됐다.

지능형 법관업무지원은 인공지능(AI) 도움을 받아 판사가 본연의 업무인 재판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기획재정부에 낸 '스마트법원 구현을 위한 차세대 전자소송시스템 구축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 시스템이 실현될 경우 판사는 일평균 2시간52분이 걸리는 판례·쟁점검색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단순업무의 33.9%가 절감되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재판이 자칫 기계적으로 이뤄져 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를 사실상 제약하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대법원은 "업무를 보조할 뿐 법관의 고유 판단기능을 대체하는 건 아니다"고 반박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법정 의무출석 대상자가 아닌 증인·감정인·통역인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영상재판의 적용범위를 넓히기 위한 예산도 깎였다. 이는 재판이 열리는 법원에 여러 사정상 출석이 어려운 사람을 가까운 다른 법원에 출석하도록 해 영상을 통한 원격증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2018년엔 미국에 있는 증인을 로스앤젤레스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출석시켜 인터넷 연결을 통해 춘천지법 속초지원에서 열리는 재판에서 실시간 진술을 하도록 하는 신문절차가 처음 실시되기도 했다.

KDI 보고서상 연 44만명으로 추산되는 국민 법정출석 감소에 따른 교통비·시간절감 편익은 연간 285억8000만원으로 분석됐다. 이는 원고·피고 출석자만 고려한 수치라, 증인과 감정인까지 포함하면 영상재판을 통해 아낄 수 있는 비용은 더 커진다.

법사위는 이에 대해선 충분한 의견수렴과 함께 관련 법규 개정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밖에 이용률 저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2016년 11월부터 올해 1월15일까지 법원행정처에 보고된 영상재판은 25건에 그친다. 51억원을 들여 전국 민사법정에 영상증언 시스템을 구축했으나 이용건수가 1년에 10건도 되지 못한 것이다.

대법원은 소송 당사자나 대리인에 대한 영상재판은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아 이번 사업에선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신속한 재판 진행과 증인여비를 비롯한 국가예산 절감, 국민 편익을 위해 영상재판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용률 저조 지적에 관해선 "기존 재판 방법이 (판사들에게) 익숙하기도 하고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활성화를 위해 홍보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예산엔 홍보비는 포함돼 있지 않아 이 부분 추가 예산도 필요할 전망이다.

종이기록 대신 전자문서 제출 등 정보화 서비스를 도입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재판을 돕는 전자소송 시스템은 2010년 특허사건을 시작으로 형사사건을 제외한 모든 재판업무에 순차 도입됐으나, 이후 예산부족으로 노후화 및 비표준 문제에 직면해 전반적 개선이 필요한 상태다.
smi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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