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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주간 문재인]文대통령이 집값급등 ‘주범’으로 지목한 ‘이것’…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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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기자회견서 부동산 급등 원인으로

“저금리로 전세계적 유동성 과잉” 지목해

부동자금 1149兆 사상최대…또 쏠릴까 우려

부동산 대신 자본시장 활성화해야 지적도

이데일리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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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대통령의 일정은 정교하고 치밀하게(정치하게) 계획됩니다. 대통령의 발언뿐 아니라 동선 하나하나가 메시지입니다. 대통령의 시간은 유한하니까. 만일 대통령이 어딘가를 간다면, 어떤 것을 언급한다면, 꼭 이유가 있습니다. 보통은 통계로 확인되지요.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발자취를 찬찬히 따라가 보면 한국의 경제와 사회의 자화상이 나타납니다. 그 그림을 ‘한땀한땀’ 그려봅니다.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지금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은 전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워낙 과잉 상태고, 또 아주 저금리 상태이기 때문에 말하자면 갈 곳 없는 투기 자금들이 전부 부동산 투기로 모이고 있고…(후략)” (14일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한 해 동안 기자들이 대통령에 허심탄회하게 질문하고 대통령의 대답을 듣는 거의 유일한 자리라는 점에서 관심을 크게 끌었습니다.

그 중 ‘주간 문재인’에서 주목한 발언 것은 위 대목입니다. 문 대통령이 집값 급등의 주범을 아주 명확하게 지목했습니다. 바로 ‘유동성’입니다. 장기간 저금리 상태가 지속되면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는데, 그 자금들이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다는 논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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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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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이 지목한 ‘주범’은 ‘부동자금’

제대로 짚은 것 같습니다. 실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주요국들의 기준금리는 크게 인하됐습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죠. 2008년 9월 당시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5.25%였는데, 현재는 1.25% 수준에 불과합니다.

물론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의도한 것은 부동산 급등이 아니라 경기 활성화입니다. 돈을 더 쉽게 쓸 수 있는 환경이 돼야 경기가 살아나기 때문입니다. 예금하기보다는 소비를 늘리고, 돈을 더 적극적으로 빌려 투자하라는 의미가 담긴 겁니다.

실제 중앙은행이 의도한 대로 낮은 금리가 투자나 소비로만 이어졌다면 부동산 가격은 급등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저금리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와 소비가 부진하다는 겁니다.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 하고, 개인들도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소비를 대폭 늘리지 않고 있어서입니다.

결국 ‘부동자금’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저금리로 인해 돈은 풀렸는데, 이 돈들이 어디론가 갈 곳은 찾지 못한 채 고여 있다는 뜻입니다. 지난해 11월(가장 최신 수치입니다) 단기 부동자금은 1149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였습니다.

부동자금은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자금을 뜻합니다.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 머니마켓펀드(MMF),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표지어음, 증권사 투자자예탁금 등이 포함됩니다.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될 것 같다는 공감대가 있는 상황이라면 이들 부동자금이 대거 부동산 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집값은 상승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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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은행, 금융투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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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로는 해결난망…부동자금 갈곳 터줘야

문제는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대책으로는 ‘사상 최고 부동자금’이라는 근본적 ‘주범’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정부의 강력한 집값 잡기 의지를 의식해 부동자금이 일시적으로 부동산 시장으로 이동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부동자금 자체는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으니까요.

문 대통령도 이를 알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14일 “부동산 (대출 규제) 대책을 이렇게 내놓으면 상당기간 동안에는 그 효과가 먹히다가도 또 결국에는 다른 우회적인 투기 수단을 찾아내는 것이 투기자본의 기본 생리”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지금 대책에 조금 실효를 다했다고 판단되면 또 보다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계속해서 규제만을 내놓는 것이 근본적인 해답은 아니라고 시장 일각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그보다는 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이 아닌 다른 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부동자금이 부동산으로 흐르지 않게 하려면 기준금리를 인상해 부동자금을 흡수하거나, 부동자금이 부동산 외의 다른 시장으로 흐르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전자는 어려우니 후자에 힘써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다른 시장’은 결국 자본시장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를 전격적으로 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예상입니다. 최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불거지면서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기조가 주춤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역대 최대급 ‘부동자금’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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