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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화산재로 무너진 마을, 화산재로 재건···필리핀 공무원 역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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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덩이 화산재를 벽돌로 재활용

벽돌, 피해학교 등 마을 재건에 사용

화산재 자루로 수거, 모래·시멘트와 섞어

“벽돌 판매 수익 피해 주민에게 기부도”

지난 12일 폭발해 필리핀 수도 마닐라 등을 까맣게 뒤덮은 탈(Taal) 화산의 화산재가 골칫덩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을까.

필리핀 수도 마닐라 남쪽 67㎞ 지점에 위치한 탈 화산에서 발생한 화산재는 폭발 후 마닐라를 넘어 북쪽 100㎞ 지점까지 날아갔다. 당일 비행편만 500개 넘게 취소되고 여행객들의 발이 묶이는 등 큰 불편을 초래했다. 폭발이 일단 가라앉은 후엔 화산재가 당국의 골칫덩이로 남았다. 도로·주택·학교·자동차 등 시내 곳곳에 쌓인 엄청난 양의 화산재를 쌓아둘 데나 처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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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판 탈 화산이 폭발하면서 분출한 화산재로 만든 벽돌이 지난 17일 라구나주 비난시의 벽돌 제조 공장 밖에 쌓여 있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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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처치 곤란인 화산재가 ‘벽돌’로 재탄생했다. 탈 화산 잿가루의 피해를 입은 라구나주 비난시는 탈 화산의 화산재로 하루 약 5000개의 벽돌을 만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화산재를 유용하게 쓸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던 환경 담당 공무원들의 아이디어였다.

이 벽돌은 화산재로 피해를 입은 학교 등 마을을 재건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자연 재해의 결과물을 자연 재해로 입은 상처를 극복하는 데 활용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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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필리핀 라구나주 비난시의 공장에서 화산재에 시멘트 등을 섞어 만든 벽돌이 완성되고 있다.[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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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재 벽돌’의 제작 과정은 비교적 간단하다. 도로·자동차·주택을 덮친 화산재를 자루에 담아 공장에 보낸다. 공장에선 이 잿가루를 모래·시멘트·폐비닐과 섞어 벽돌로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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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필리핀 탈 화산이 폭발하면서 화산재로 뒤덮인 탈 화산 인근 바탕가스 거리를 한 유기견이 걷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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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만 디마궐라 라구나주 비난시 시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제작한 벽돌을 원하는 회사들에게 판매해 그 수익금을 화산재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기부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필리핀의 한 중학교에선 거리를 더럽히는 개 배설물로 벽돌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내기도 했다. 배설물을 없애 거리를 깨끗하게 만들면서 건설 비용을 줄이기 위한 시도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닐라에 있는 한 중학교의 학생들은 개똥에 시멘트 가루를 섞어 직사격형의 벽돌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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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폭발한 필리핀의 탈 화산. 화산 활동은 소강 상태이나 여전히 추가 폭발 위험이 존재한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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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탈 화산은 폭발 후 1주일이 지난 19일 현재 소강 상태지만, 추가 폭발 위험도 제기된다. 필리핀 지진·화산연구소는 4단계 위험경보를 유지하고 있다. 수 시간이나 며칠 내로 위험 수준의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탈 화산 폭발로 인해 임시 대피소로 대피한 필리핀 주민은 18일 오전 기준 16만2000여 명이다. 친척·친구 집으로 대피한 주민들을 감안하면 실제 대피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탈 화산 반경 100㎞ 이내에는 약 2500만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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