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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K-바이오 美진출 지름길은 현지 매물기업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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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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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현지시간) 폐막한 제38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30여 곳이 참가해 기술 수출 타진 등 각자 성과를 내며 막을 내렸다. 국내 업체들은 신년 최대 글로벌 바이오 행사 참석을 계기로 올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하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2개 신약 허가를 받은 SK바이오팜 조정우 대표는 앞으로 2년마다 신약 1개씩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판매허가를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FDA에서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와 수면장애 신약 '수노시'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 희귀 소아뇌전증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는 2017년 FDA 희귀의약품에 지정돼 수년 내 허가가 유력한 제품 중 하나다.

조 대표는 FDA 허가를 잘 받으려면 약 효능은 기본이고,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FDA 허가를 신청할 때 약 성능은 당연히 좋아야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약의 안전성"이라며 "약물 농도에 따라 어떤 안전 이슈가 생길지에 대한 예측 가능성, 그 대응 방안은 무엇인지 등을 상세히 기록해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업체들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기보다 가능성 있는 부작용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입증하는 것이 FDA 허가를 받는 지름길"며 "투약량 설정 등 임상 과정을 설득력 있게 잘 정리해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조 대표는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아무리 똑똑해도 기보가 없으면 바둑 자체를 배울 수 없듯이 생명공학 기보는 인간 데이터"라며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인 몸 상태를 20년간 장기 데이터베이스(DB)로 축적해두는 것이 의료바이오 4차 산업 시대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영철 제넥신 회장은 자궁경부암 치료백신 'GE-188'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간 병용 임상 중간 결과가 좋다며 내년 FDA 허가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임상 대상이 죽음을 바로 앞둔 환자들이라 미국에서 조건부 허가를 위한 패스트트랙을 활용하면 2상만으로도 신청이 가능하다"며 "2022년 출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병용 임상에 많이 쓰이는 키트루다를 대체하기 위해 유사한 중국 업체 기술을 도입(라이선스인)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그는 "키트루다와 동일 기전을 가진 중국 기술을 들여오면 임상비용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면서 "중국도 미국 유학파 출신이 많아 기술력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성 회장은 미국 진출을 위해서는 현지 자회사를 만들기보다 매물로 나온 미국 업체를 잘 골라 인수하는 것이 더 낫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기업을 인수하면 그들이 가진 경험과 인프라를 사는 것이어서 현지 시장에 신속히 진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줄기세포 업체인 강스템바이오텍은 이번 행사에 참가해 유럽 대형 제약사와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퓨어스템 AD'에 대한 기술 수출 협의를 진행했다. 강경선 강스템바이오텍 이사회 의장은 "한국 줄기세포 치료제 기술이 외국에서 인정받고 있어 기술 수출 협의에 유리한 점이 있었다"면서도 "중국과 일본이 열심히 하고 있어 안주할 상황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 첨단재생바이오법이 통과되고 축적된 연구 역량이 있는 만큼 한국이 줄기세포 분야를 계속 주도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대혈(탯줄) 혈액에서 줄기세포를 뽑아내 분리 배양하는 원천기술뿐만 아니라 치료제로 상업화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국내 업체 두 곳뿐"이라며 "우리 강점을 살리고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과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희귀질환 치료제가 주력인 이수앱지스의 이석주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항암제 개발에 점점 치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수앱지스도 기존 바이오시밀러 위주에서 앞으로는 항암제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대형 제약사들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들면서 작은 업체들 고민이 커지고 있다"며 "우리가 개발 중인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만 해도 삼성바이오에피스, 암젠 등 큰 업체와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업체는 바이오시밀러 대신 항암제 쪽으로 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 =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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