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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캘리포니아 산불, 한국 스타트업이 감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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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알체라 지능형산불감지시스템이 영상을 분석해 화재를 포착하고 있다. 불길이 치솟는 곳에 빨강색으로 영역이 표시되면서 경고 메세지가 영상화면에 뜨고 있다. [사진 제공 = 알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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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매년 서울시 면적의 5배에 가까운 숲이 불타 없어진다. 국토가 방대한 탓에 산불을 초기에 진화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산불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한국 스타트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화재 감시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산불을 미리 탐지해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영상인식 전문기업 알체라는 캘리포니아 최대 전력회사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PG&E)과 오는 5~6월부터 '지능형산불감지시스템(화재 감시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산불을 감시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캘리포니아 지역 카메라 40대에 솔루션을 시범적용하는 기술검증(POC) 절차를 진행해 왔는데, 본계약이 체결되면 카메라 300대에 알체라의 기술이 들어간다. 알체라는 "미국측과 본계약 체결을 위한 구체적인 가격 협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체라의 화재 감지 시스템은 한국전력 남서울본부 시설감시용 카메라 250여대에도 탑재됐다.

알체라의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화재 탐지에서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관제실 직원들은 CCTV 수십개를 일일이 들여다보며 연기가 나는지 찾아야 했다. 카메라마다 사람이 붙어있을 수 없었기 때문에 화재가 번지고서야 알아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알체라의 산불감지시스템은 AI가 카메라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연기가 발생하면 경고 시그널을 띄운다.

황영규 알체라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부대표는 "산불은 20분 안에 진화해야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연기를 알림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산불 탐지의 신속성과 정확성을 대폭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한 사람이 CCTV 4대를 봤을때 30분만 지나도 이상 상황 감지능력이 50% 미만으로 떨어진다"며 "알체라의 시스템을 이용하면 한 사람이 40대까지 CCTV를 볼 수 있고 정확도도 70-80%로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알체라는 안면 인식 기술 분야에서도 선두주자다. 지난해 6월에는 인천국제공항의 출입국 시스템 사업자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노후화된 자동출입국 심사대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를 알체라가 대체하게 된 것이다. 알체라의 기술은 이른바 '와일드 환경'에서도 안면을 구별할 정도로 고도화돼 있다. 와일드 환경이란 시선이 앞을 보지 않거나 표정이 사진과 달라 영상을 분석하기 힘든 상황이다.

김정배 알체라 대표는 "알체라의 얼굴 인식 시스템은 선글라스를 착용하거나, 얼굴이 일부 가리거나, 역광으로 얼굴을 알아보기 힘든 환경에서도 정상으로 작동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공항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노화된 얼굴까지 인식이 가능하다. 김 대표는 "여권은 유효기간이 10년이기 때문에 사진 찍은 시점으로부터 10년이 지난 후에도 동일인인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알체라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비상장 투자 마지막 단계인 시리즈 C까지 총 160억원의 투자유치를 완료했다. 김 대표가 황 부대표와 2016년 6월 회사를 공동창업한지 3년 6개월만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매출액 40억원을 기록하고 올해 매출액 1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며 "이미 기술이 상용화돼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알체라는 올해 8월을 목표로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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