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4 (토)

유통거인 신격호 명예회장 별세… 가족사는 ‘다사다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희원 기자] ‘유통 거인’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19일 세상을 떠났다.

신 명예회장은 한일 양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동안 세 차례에 걸친 결혼으로 가족사가 다소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는 한국인 부인 2명, 일본인 부인 1명 등 3명의 부인 사이에서 2남2녀를 뒀다.

◆3차례 결혼… 한국인 부인 2명, 일본인 부인 1명서 2남2녀

신격호 명예회장의 첫째 부인은 고(故) 노순화 씨다. 신 명예회장이 19살이던 1940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복잡한 가족사는 신 명예회장이 일제 강점기였던 1942년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시작됐다. 당시 노 씨가 장녀를 임신 중이었지만 신 명예회장은 ‘가난에서 벗어나 반드시 성공해야한다’는 각오로 일본으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신 명예회장이 일본에 있을 때 태어나 부친 없이 어머니 노 씨와 유년 시절을 보내야 했다. 신 명예회장은 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컸던 탓에 큰딸을 유독 애틋이 여긴 것으로 알려졌다.

신 명예회장은 일본에서 유학을 마치고 현지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1946년 와세다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히카리(光) 특수화학연구소를 설립, 비누 등 유지제품을 제조하다가 껌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껌 사업이 확대되면서 이후 ㈜롯데를 설립하고 종합제과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세계파이낸스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과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 사진=롯데그룹


신 명예회장은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던 1952년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씨와 결혼했다. 하츠코 씨가 일본 명문가의 딸이어서 이후 일본 내 사업에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고도 알려졌다.

하츠코 씨는 롯데그룹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인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형제를 낳았다.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일본식 이름은 시게미쓰 히로유키(重光宏之), 시게미쓰 아키오(重光昭夫)다. 두 사람은 출생 이후 성년이 될 때까지 줄곧 일본에서 자랐다.

신동빈 회장은 1985년 일본 대형 건설사인 다이세이(大成) 건설 오고 요시마사 부회장의 차녀인 오고 마나미(大鄕眞奈美) 씨와 결혼했다. 마나미 씨는 일본 황실의 며느리 후보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1992년 재미동포 사업가의 딸 조은주 씨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세계파이낸스



신 명예회장은 한일 국교가 정상화된 이후 한국에서 사업을 전개하기에 이른다. 1970년대에는 하이틴 스타이자 미스 롯데 출신인 서미경 씨와 사실혼관계를 맺었다. 30살이 넘는 나이 차였다. 서 씨는 한동안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조용히 살았다. 신 명예회장과 서미경 씨 사이에서는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이 태어났다.

◆10남매 중 장남… 형제들과 크고 작은 갈등

신격호 명예회장은 10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다만 사업 과정에서 동생들과 갈등을 빚으면서 사이가 멀어지기도 했다.

한국에서의 사업 초기에는 남동생들과 함께 롯데를 운영했으나, 분쟁이 이어지며 동생들이 모두 각자의 사업체를 갖게 됐다. 신선호 일본 산사스 회장을 제외하고는 둘째 동생 신춘호 농심 회장, 넷째 동생 신준호 푸르밀 회장 등이 모두 롯데를 떠났다.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과는 라면 사업 진출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 끝에 의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명예회장을 따르던 신준호 푸르밀 회장과도 서울 양평동 부지를 소유권을 두고 대립하다 결국 갈라섰다.

◆거침없이 롯데 일궜지만… 쓸쓸한 말년

신격호 명예회장은 재계 5위의 자리에까지 오르며 거침없이 롯데를 일궜지만, 복잡한 가족사로 인해 말년은 다소 쓸쓸히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집무실에서 넘어져 고관절 수술을 받은 뒤 거동이 불편해졌고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장남과 차남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법원의 한정후견 결정을 받아야 했고 경영 비리 의혹으로 세 부자가 나란히 법정에 서기도 했다. 신 명예회장은 지난해 10월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고법에서 징역 3년과 벌금 30억원을 선고받았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법정 구속되지는 않았다.

재판을 받던 중인 2017년 9월에는 계열사 중 마지막까지 등기임원직을 유지해오던 롯데알미늄 이사에서도 물러나면서 창업 70여년 만에 한일 롯데의 모든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happy1@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