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5 (금)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건강한 가족] 염증성 장 질환은 식습관 개선으론 낫지 않아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기고 신성재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중앙일보

신성재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얼마 전 고3 학생이 진료실을 찾았다.

6개월여 전부터 복통·설사가 지속하고, 조금만 신경 써도 배를 쥐어짜는 듯한 심한 복통이 찾아왔지만 신경성·과민성 장 증후군 등으로 생각해 식이 조절을 하며 참았다고 한다. 근데 시험이 끝난 후에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최근에는 심한 피로감과 체중 감소까지 동반돼 병원을 찾은 것이다. 이 학생은 염증성 장 질환 중 하나인 크론병 진단을 받았다.

염증성 장 질환은 장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보통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을 말한다. 장 내벽이 염증으로 손상되면서 일어나는 설사·복통·혈변·점액변 등이 주된 증상이다. 혈변으로 인해 빈혈이 생길 수도 있고 식욕·체중 감소, 심한 피로감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만약 이런 증상이 3개월 이상 장기간 지속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하다면 한번쯤 염증성 장 질환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또 염증성 장 질환은 종종 과민성 장 증후군으로 오인하기 쉬운데 둘은 명백하게 다른 질환이다. 전자는 실제 장에 염증이 있는 질환이고 후자는 염증 등 기질적인 원인 없이 스트레스, 점막 과민성, 장내 세균 변화 등에 의해 장에 기능적인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복통, 복부 팽만감, 설사, 변비 등 염증성 장 질환의 증상과 유사한 점이 있다. 일반인은 증상만으로 이들 질환을 구별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찰과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과민성 장 증후군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식습관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증상 완화가 가능하지만, 염증성 장 질환은 염증을 줄이고 손상된 점막을 치유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5-아미노살리실산(항염증제), 스테로이드제, 면역 조절제, 생물학적 제제 등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생물학적 제제는 염증 반응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점막 치유를 돕고 염증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환자들이 꼭 알아둬야 할 것은 염증성 장 질환이 평생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만성질환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한두 번 약물치료를 했다고 해서 증상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것도 아니고, 좋아졌다고 해도 항상 재발의 우려가 있다. 치료를 소홀히 하면 장 폐쇄·천공, 누공, 농양, 대장암 등 합병증 위험이 커지고 염증이 눈·간·관절 등 다른 장기를 침범해 또 다른 동반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반드시 주치의의 안내에 따라 약물치료를 지속해야 한다.

염증성 장 질환은 환자가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갖고 꾸준히 치료하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지 않을 정도로 관리할 수 있다. 다만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했을 때 예후가 훨씬 좋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염증성 장 질환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병원을 찾아보자.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