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위원은 인권위의 5개 소위원회 중 하나인 침해구제 제1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이 위원회는 검찰 경찰 군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 침해를 다루는 곳으로 조국 사건도 여기서 다루게 된다. 이 위원회의 결정은 파급력이 커 신임 위원에게는 위원장 자리를 잘 맡기지 않는다. 설혹 맡긴다 해도 형사절차를 잘 아는 형법 교수나 판검사 출신에게 맡긴다. 그런데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다른 선임 인권위원들을 제치고 박 위원을 그 자리에 앉혔다. 인권위 내부에서는 이례적이라고 본다.
박 위원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으로 인권위 정책국장을 지냈으며 법학전문대학원이 생기면서 모교인 한양대 교수로 임용됐다. 현 여권에 동조하는 의견을 활발히 표명해 왔으며 조국 수사를 비판하는 글도 수차례 SNS에 올렸다. 진정 사건의 당사자는 어느 위원의 심의·의결 참여가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 기피신청을 낼 수 있다. 검찰은 당연히 기피신청을 내야 하고 인권위가 신청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인권위의 신뢰도 자체가 흔들리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청와대가 조국 관련 진정을 접수시키려 한 때와 대통령 몫 상임위원을 임명한 때가 비슷해 ‘조국 구명(救命)을 위해 인권위까지 동원한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이다. 조국 수사에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면 다른 인권위원들이 잘 판단해줄 것이다. 박 위원은 검찰이 기피신청을 하기 전에 스스로 회피해야 한다. 그것이 양식이고 정도(正道)다. 인권위원은 자신을 변호할 충분한 자산과 인맥을 갖고 있는 정치적 강자 편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 편에 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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