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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삼성전자 주식 그렇게 많이 가졌는데, 주가는 왜 거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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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식 많이 갖고 있다고 행복한 게 아니라니까요."

삼성그룹 4대 금융 계열사(생명·화재·카드·증권)의 맏형 격인 삼성생명 관계자는 "삼성전자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주목받는 것이 우리 회사에 꼭 반가운 것은 아니다"라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다. 17일 종가(6만1300원)로 환산해 단순 계산하면 지분 가치는 31조원에 이른다. 당연히 삼성전자 주가가 오를수록 삼성생명에 유리한 구조다. 그런데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 반색하지 못하는 것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가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주가는 지난 1년간 11% 하락했다. 삼성전자 주식을 1.5% 들고 있는 삼성화재도 같은 기간 17%나 하락했다. 두 회사의 주가가 떨어진 것은 정부 규제와 저금리 등으로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손해가 커지면서 지난해 순익이 30% 넘게 역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 그룹 내 계열사 평가에서 회사 창립 이후 처음으로 B등급을 받았다.

삼성생명은 초저금리 상황에서 오래전에 판 고금리 확정형 상품의 역마진 때문에 고전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2016년만 해도 순익이 2조원이 넘었지만 작년엔 1조1000억원 수준까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7일 기준 삼성생명의 시가총액은 14조 7400억원으로,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가치의 절반도 안 된다.

반면 금융 4사 가운데 삼성전자 지분이 전혀 없는 삼성증권과 삼성카드는 순항 중이다. 삼성증권은 최근 1년 새 주가가 16% 올랐고, 삼성카드도 같은 기간 11% 상승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순익이 3723억원으로, 전년보다 1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카드 역시 정부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과 같은 악재 속에서도 사업 다각화로 수익성을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 투자업계 관계자는 "보유 중인 계열사 지분은 어차피 매각할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제값을 평가받지 못한다"며 "삼성 금융 계열사들은 삼성전자 주식보다는 각 회사 실적에 따라 명암이 갈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은 기자(div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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