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 이사회에 여성 이사를 반드시 1명 이상 포함시키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02년 미국에서 설립된 이 협회는 전 세계 80국이 가입한 글로벌 NGO(비영리기구)로, 한국은 2006년 74번째로 가입했다. 여성가족부 차관 출신인 이복실(59)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회장은 "기업 이사회 등기임원인 여성들만 가입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에 비해 여성 이사 수가 적어 뒤늦게 생겼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차관 출신인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회장이 "여성의 경영 참여 확대를 위해 협회가 지렛대 역할을 하겠다"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협회는 지난해 방한한 일본지부 회장단으로부터 "일본거래소는 지침으로 모든 상장기업에 여성이사 1명을 두도록 정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여성 이사 할당제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덴마크, 노르웨이 등 유럽 선진국은 법률 등에 여성 이사 비율을 40%로 명시하고 있다"며 "우리도 자본시장법을 활용해 여성의 경영 참여 확대를 이끌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의원입법을 추진하기 위해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인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무작정 찾아갔다고 한다. 취지에 공감한 최 의원은 지난해 8월, 2조원 이상 상장기업 이사회에 한 성(性)이 3분의 2를 차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심의 과정에서 기업에 지나친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전원을 한 성으로 구성할 수 없다'고 바뀌었고, 2년의 유예기간도 주기로 했다. 이 회장은 "기업이 규제라고 받아들이지 않도록 여러 조건을 달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연구를 인용해 단순히 양성 평등 차원에서 법안을 추진한 게 아니라고 했다. MSCI가 미국 내 4200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이 높은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36.4%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여성들이 경영 활동에 참여할수록 조직문화가 수평적으로 바뀌고 다양성이 높아져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에 기여한다"고 했다.
협회는 앞으로 현장에서 제도가 잘 지켜지는지 모니터링을 하는 동시에 여성 이사의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이사를 할 만한 여성이 없어서 못 쓴다는 말이 들리지 않도록 여성 인재 교육에 주력하고, 기업과 여성 이사 후보자를 연계하는 온라인 플랫폼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신수지 기자(sjsj@chosun.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