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4 (금)

"유럽 선진국은 여성 이사 40%… 일단 첫단추 꿰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첫 단추를 '여성 1인 의무화'로 시작했지만, 결국엔 이사회에 들어간 여성이 잘해야 소프트랜딩에 성공하겠죠. 협회가 그 지렛대 역할을 할 겁니다."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 이사회에 여성 이사를 반드시 1명 이상 포함시키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02년 미국에서 설립된 이 협회는 전 세계 80국이 가입한 글로벌 NGO(비영리기구)로, 한국은 2006년 74번째로 가입했다. 여성가족부 차관 출신인 이복실(59)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회장은 "기업 이사회 등기임원인 여성들만 가입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에 비해 여성 이사 수가 적어 뒤늦게 생겼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여성가족부 차관 출신인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회장이 "여성의 경영 참여 확대를 위해 협회가 지렛대 역할을 하겠다"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협회는 지난해 방한한 일본지부 회장단으로부터 "일본거래소는 지침으로 모든 상장기업에 여성이사 1명을 두도록 정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여성 이사 할당제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덴마크, 노르웨이 등 유럽 선진국은 법률 등에 여성 이사 비율을 40%로 명시하고 있다"며 "우리도 자본시장법을 활용해 여성의 경영 참여 확대를 이끌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의원입법을 추진하기 위해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인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무작정 찾아갔다고 한다. 취지에 공감한 최 의원은 지난해 8월, 2조원 이상 상장기업 이사회에 한 성(性)이 3분의 2를 차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심의 과정에서 기업에 지나친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전원을 한 성으로 구성할 수 없다'고 바뀌었고, 2년의 유예기간도 주기로 했다. 이 회장은 "기업이 규제라고 받아들이지 않도록 여러 조건을 달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연구를 인용해 단순히 양성 평등 차원에서 법안을 추진한 게 아니라고 했다. MSCI가 미국 내 4200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이 높은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36.4%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여성들이 경영 활동에 참여할수록 조직문화가 수평적으로 바뀌고 다양성이 높아져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에 기여한다"고 했다.

협회는 앞으로 현장에서 제도가 잘 지켜지는지 모니터링을 하는 동시에 여성 이사의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이사를 할 만한 여성이 없어서 못 쓴다는 말이 들리지 않도록 여성 인재 교육에 주력하고, 기업과 여성 이사 후보자를 연계하는 온라인 플랫폼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신수지 기자(sjsj@chosun.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