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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해외 석학 칼럼] 솔레이마니 제거의 정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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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이란 테헤란에서 미국의 공습으로 숨진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쿠드스군 총사령관을 추모하는 이란 국민들이 4일 반미 시위를 벌였다. 테헤란=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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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일, 미국은 이란의 최고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를 암살했다. 이란이 지원하는 민병대인 카타이브 헤즈볼라의 이라크 지도자 아부 마흐디 알 무한디스와 함께 차를 타고 바그다드 국제 공항을 떠나고 있을 때 벌어진 일이다. 차의 모든 탑승자가 사망했다.

다음 날 특별 언론 브리핑에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미국무부 관계자는 솔레이마니가 20년간 이란의 테러 공격의 “주요 배후”였으며 “이라크에서만 608명의 미국인을 죽였다”며 솔레이마니와 무한디스는 유엔에 의해 테러리스트로 지명되었고, “이 두 사람은 모두 악한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2003년,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 미국의 정보는 완전히 틀린 것이었다. 이러한 실수가 이라크 침공으로 이어졌고, 이란과 솔레이마니가 이라크에 개입할 길을 열어 주었다. 그러면, 이번에는 미국행정부가 발표한 것이 사실이라고 가정해 보자. 두 사람의 암살이 윤리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일이었을까?

인간의 생명을 취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추정하에 생각해 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틀렸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그는 1년 전 “독립선언의 제1 권리인 생명권을 옹호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이 말을 전한 것은 낙태반대 운동가들이었지만 태아에게 적용되는 생명권은 나이 먹은 사람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악한’은 예외이지 않을까? 다시 말하지만, 논쟁을 가능한 한 간단하게 하기 위해 생명권은 무고한 사람에게만 적용된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무죄는 누가 판단할까. 미국인들이 흔히 말하듯 “사람이 아닌 법으로 통치하는 정부”가 판단해야 한다면, 유죄 여부를 결정하는 법적 절차가 있어야 한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2002년부터 이런 절차를 전 세계적으로 적용하려고 했다. ICC는 전쟁과 인도에 반하는 범죄의 가해자를 제대로 기소해 왔지만, 법원의 범위는 제한적이며, 미국의 관할권을 인정한 122개국에 대한 미국의 거부로 인해 그 적용 범위가 확대되지 못했다.

솔레이마니 암살로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의 초법적, 즉결, 또는 임의 사형에 관한 특별보고관인 아녜스 칼라마르는 국경 밖에서 벌어진 암살에 대한 감시자가 없다고 지적했다. 행정부는 단지 어떤 법률상 적법절차나 다른 정부부처의 승인 없이 살해 대상을 결정한다. 이런 일을 용인한다면, 다른 국가가 계획하거나 벌인 비슷한 살인사건에 대해 원칙에 입각한 반대를 하기가 어려워진다. 여기에는 솔레이마니가 직접 지휘했다고 추정되는 2011년의 ‘카페 밀라노 음모’가 포함되는데, 이란요원들은 워싱턴DC에있는 한 유명한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주미 사우디 대사를 살해할 계획이었다.

미국의 암살에 대해 변호할 때 미국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은 정말 나쁜 사람들을 목표로 했다는 것과, 사우디 대사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의 지배를 법의 지배보다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암살에 대해 펜타곤이 내놓은 또 다른 변명은 “이란의 미래 공격계획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모호하게 언급했다. 그런데 이것은, 칼라마르가 지적한 것처럼, 국제법에 따른 자기 방어를 위한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는 ‘임박한’ 공격이 아니다. 그는 또한 이 공격으로 다른 사람들도 사망했다며 (보고된 바에 따르면 총 7명이 사망했다) 이들의 죽음은 명백히 불법 살인이라고 했다.

세 명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국무부 관계자들이 진행한 1월 3일 자 언론 브리핑의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면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암살의 정당성에 대한 계속된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한 관계자는 이를 일본인이 진주만을 공격한 지 1년 후인 1943년 태평양 주둔 일본군부대를 방문한 야마모토 이소로쿠 일본 제독이 타고 있던 비행기를 격추한 사건과 비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질문을 듣다 보니 지난 40년간 벨기에와의 관계를 두고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상대는 이란 정권입니다. 우리는 이 정권이 지난 40년간 다섯 대륙에 있는 국가들에 벌인 전쟁을 겪었습니다.” 암살을 야마모토의 추격과 비교한 관계자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세상에! 우리가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정말 설명까지 해야 합니까?”

미국 국무부 고위관리들이 1943년 일본과 마찬가지로 이란과 정당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솔레이마니의 암살은 말이 된다. 정의의 전쟁에 대한 표준이론에 따르면, 대상의 중요성이 소위 무고한 피해자의 부수적 피해보다 크다면 적을 죽여도 된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과 전쟁 중이 아니다. 미국 헌법은 의회에 전쟁을 선포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을 부여하는 데, 이란과 전쟁을 선포한 적은 없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의회 지도자들과 솔레이마니 암살계획에 대해 상의했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이 전쟁 행위였다면, 맞는 말이다.

반면, 이 암살이 전쟁 행위가 아니었다면, 임박한 공격을 막기 위해 필요한 방어가 아닌 초법적 암살이며, 불법이자 비윤리적인 것이었다. 이는 중동에서 벌어지는 치고받기식 보복의 확대뿐만 아니라 국제적 법의 지배가 쇠퇴함에 기여함으로써 심각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생명윤리학 교수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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