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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단독] 슬금슬금 1200→1100m···흑산공항 ‘아찔한 활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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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공항 위치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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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줄이려 안전성 양보?



국토교통부가 흑산공항 활주로를 기본계획(1200m)보다 100m 짧게 줄이는 방안(1100m)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찬·반 양론이 팽팽하지만, 검토 중인 설계안이 운행 예정 항공기(ATR-42) 제원상 필요한 이·착륙 활주로 거리(1126~1165m)보다 짧아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토부는 활주로 감축 검토 이유로 '공사비 삭감 가능성'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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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최근 작성한 '흑산공항 활주로 검토' 문건에는 활주로 길이 변경(1200→1100m)에 따른 안전성, 이로 인한 공사비 삭감 가능 여부 등이 주요 검토 사항으로 담겨있다. [김도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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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국토부 '흑산공항 활주로 검토' 문건 입수



19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국토부의 '(흑산공항) 활주로 길이 및 전이표면 관련 검토' 문건에 따르면 흑산공항 사업시행자(금호건설 컨소시엄)는 활주로 길이를 1100m로 설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흑산공항 활주로 길이는 당초 2013년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와 2015년 사업 기본계획에선 1200m로 정했다. 그러다 국립공원(다도해해상국립공원) 훼손 문제가 거론되면서 국토부는 2018년 2월 이 길이를 1160m로 줄이기로 계획을 바꿨다. 이 거리는 운행 예정 항공기 ATR-42 모델의 이륙활주로 거리(1162m)보다 짧다. 그러다 보니 이번엔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 등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그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관련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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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공항 운항 예정 항공기 ATR-42 제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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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장애물 회피 공간 축소도 검토



국토부는 또 항공기 이·착륙 시 건물·나무·산 등 장애물 충돌을 방지하려고 두는 공간(전이표면 경사도)을 당초 계획보다 줄이자는 사업자 제안도 검토 중이다. 흑산공항 기본계획에선 공항시설법령이 정하는 공간 비율(전이표면 경사도 1:7)대로 설계했지만, 이 비율대로면 활주로 주변을 가로막고 있는 대봉산을 깎아야 해 공사비가 늘어난다. 이렇다 보니 장애물 충돌 방지 공간을 계획보다 더 줄이는 방안(전이표면 경사도 1:5)을 검토 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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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계획과 다르게 검토 중인 흑산공항 설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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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시뮬레이션 결과 안전성 입증"



국토부는 이 같은 설계를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 심의 결과 적정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또 제작사(프랑스 Aerospatiale) 운항 시뮬레이션에서도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활주로와 장애물 충돌 방지 공간 등을 줄이기로 확정한 건 아니라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활주로를 줄이면 안전한지를 검토한 자료를 사업자에게 받은 뒤 전문가 자문을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선 "여유 활주로 없이 안전 보장 어렵다"



전문가 일각에선 여유 활주로 없이 공항을 건설하면 이용객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운항 예정인 ATR-42 기종은 조종사가 시야를 확보해 수동으로 이·착륙(시계비행) 해야 하기 때문에 갑작스레 해무가 끼면 승객 안전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흑산도의 연간 해무 일수는 90일로 인천(44일)·김포(30일)·제주(18일) 등 공항이 있는 다른 지역보다 잦다.

김영철 한서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해무가 끼는 시간대를 적절히 이용해야겠지만, 애매하게 안개가 낀 날 이·착륙을 해야 할 상황이 생기면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류 충돌 대책도 실효성 부족" 지적



흑산공항 예정 부지가 철새 도래지라는 점도 불안 요소다. 무리 지어 다니는 철새와 비행기가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국토부는 조류 충돌 예방 대책으로 ▶새로운 서식지 조성(3개소) ▶조류 퇴치 전담 인원 배치 ▶폭음경보기 등 조류 퇴치 장비 운용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공항 건설로 줄어드는 철새 서식지는 10만45㎡인 반면, 대체 서식지 면적은 2만3500㎡에 불과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환경부 조사(2018년 7월)에서도 대체 서식지를 조성해 철새 서식지 이전에 성공한 사례도 없었다는 것이다.

최진우 환경생태연구재단 박사는 "철새 도래지에선 일반 지역과 달리 많게는 수백, 수천 마리의 철새가 떼를 지어 다니기 때문에 새 쫓는 인력과 장비를 배치해도 역부족일 수 있다"며 "조류 퇴치 실효성과 함께 생태계 교란 가능성, 생명 윤리 차원에서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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