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새로운 10년 ESG]4-<1>윤리소비 이끄는 英기업 '러쉬(LUSH)'
러쉬글로벌이 영국에서 진행한 '동물실험 반대 퍼포먼스'. /사진제공=러쉬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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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1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내 첫 ‘동물복지대상’ 시상식(동물복지국회포럼 개최)이 열렸다. ‘세계 동물권의 날’이자 ‘세계 인권의 날’에 열린 그날 행사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기업부문)은 ‘러쉬(LUSH)’에게 돌아갔다.
향기로운 입욕제로 유명한 러쉬는 1995년 4월 설립된 영국기업이다. 농림부가 국내 기업 대신 러쉬에 상을 준 이유는 뭘까. 행사를 주관한 박홍근 동물복지국회포럼 대표(더불어민주당 의원)는 “러쉬의 진정성, 전문성, 사회적 가치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의 설명으로는 언뜻 와 닿지 않지만, 러쉬가 한국에서 기울인 활동을 아는 이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이유를 이해하려면 일단 러쉬의 탄생 배경과 경영철학, 그리고 각국 소비자들이 왜 러쉬를 지지하는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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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랜드 이념 ‘환경·동물·사람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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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쉬라는 브랜드명은 스코틀랜드 지방의 고어로 '숲이 무성한' '초록의' '싱싱한'이라는 의미다. 한국어로 바꾸자면 '녹음(綠陰)'과 비슷한 단어다. 1995년 4월 영국 런던에서 한 시간 반 가량 떨어진 한 항구도시 풀 하버(Poole Harbour)에서 6명의 공동창립자가 '러쉬'를 처음 선보였다.
동물보호에 대한 원칙은 공동창립자 중 한 명인 마크 콘스탄틴(Mark Constantine)의 영향을 받아 세워졌다. 콘스탄틴은 조류 생태계에 관심이 많은 철새 관찰자였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새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현장을 직접 목격하면서 환경친화적 삶의 원칙을 갖게 됐다.
러쉬 공동창립자 마크 콘스탄틴. /사진제공=러쉬코리아 |
러쉬는 '환경(Environment), 동물(Animals), 사람(People)이 조화로운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브랜드 이념을 바탕으로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강력한 기업 윤리와 신념을 알리고 있다. 특히 '동물실험 반대'는 러쉬의 심장과도 같은 신념이다.
콘스탄틴은 "러쉬는 이 세상에서 무고한 동물들의 죽음이 영원히 사라질 때까지, 동물 실험을 거치지 않고 개발된 화장품을 일컫는 '100% 크루얼티 프리(Be Cluelty-Free)'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며 동물실험 근절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표 캠페인으로는 러쉬글로벌이 영국의 대형 매장 쇼윈도에서 진행한 '동물 실험 반대(Lush's Fighting Animal Testing campaign)' 퍼포먼스가 있다. 2012년 진행된 이 퍼포먼스에서는 토끼로 분한 여성 연기자가 연구자로 변장한 남성 연기자로부터 전기충격, 약품 주입 등 생체실험을 당하는 모습이 표현됐다.
개, 토끼, 기니피그 등 동물들이 화장품 산업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희생되는 것을 대중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한 퍼포먼스다. 이 퍼포먼스는 2013년 3월 11일 유럽연합(EU)이 '화장품 동물 실험 전면 금지' 법안을 발효하기 전까지 가장 강력했던 캠페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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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대체실험 시상식 ‘러쉬 프라이즈’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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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쉬는 동물 실험 근절과 함께 대체 실험 활성화에도 힘을 쓰고 있다. 2012년 영국의 비영리단체 '윤리적 소비자연구소(Ethical Consumer Research Association)'와의 협업해 '러쉬 프라이즈(Lush Prize)'라는 이름의 시상식을 설립했다. 이 시상식은 매년 총 5개 부문(과학, 교육, 홍보, 로비 신진 연구자)에서 대체실험 활성화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총 25만 파운드(약 4억 원 상당)의 상금을 수여한다.
2018년 열린 러쉬 프라이즈 시상식. /사진제공=러쉬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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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러쉬 프라이즈'를 통해 동물 대체실험 분야에서 공헌을 인정 받은 36개국의 94명의 과학자 및 단체가 약 200만 파운드(한화 약 30억원)의 지원금을 수여했으며 동물복지 관련업계에서는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동물대체 실험 불모지로 꼽히던 한국에서도 2017년 과학부문 첫 수상자가 나왔다. 이수현 바이오솔루션 박사인데, 그는 인체의 세포를 배양해 인공조직을 개발해 국내 동물대체실험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어 2018년에는 두 명의 한국인 수상자가 탄생했다. 허동은 펜신베니아대학교 박사(과학 부문)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로비부문 특별상)이 상을 받았다.
허 박사는 인체장기와 유사한 조직인 장기칩(Organ-on-a-chip) 중 사람의 눈을 모사한 '아이 온 어 칩(Eye-on-a-chip)'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는 실제 사람의 눈처럼 외부 반응에 깜빡이며 반응하도록 개발돼 토끼 눈 점막에 화학물질을 넣어 실험하는 ‘드레이즈 테스트(Draize Test·마스카라안전테스트)'를 대체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로 기대를 모았다.
한 의원은 동물실험 대신 동물대체시험을 우선한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시행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이끌어 공을 인정받았다. 올해 시상식에도 남인순 의원을 포함해 한국인 3명이 후보로 올라갔다. 전 세계 29개국 58개팀 후보 가운데 수상자는 오는 5월 영국 런던에서 발표된다.
글로벌 환경 캠페인 ‘플라스틱그랩’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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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쉬는 브랜드 이념에 따라 동물 실험 외에도 환경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줍는 ‘플라스틱그랩(PlasticGrab)’ 캠페인을 전개했다.
러쉬 공동창립자이자 제품 개발자인 로웨나 버드(Rowena Bird)가 집 근처 해안가를 산책하다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하나둘 주우면서 이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시작한 캠페인이다. 전세계가 작년 3월부터 오는 3월까지 1년 간 60톤의 플라스틱을 줍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러쉬의 브랜드 철학은 제품에도 그대로 적용돼 고객들의 ‘윤리소비’를 이끌고 있다. 러쉬 매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친환경 포장재 ‘낫랩(Knot Wrap)’은 2005년부터 일회용 포장지에 대한 대안으로 소개하고 있는 제품이다. 얇은 천으로 된 보자기여서 스카프, 헤어밴드, 가방 등으로 다양하게 재사용할 수 있다. 가격은 원화로 1만원 전후다. ‘보자기 포장’이 러쉬 고유의 문화로 자리잡으면서 러쉬는 매해 다양한 디자인의 낫랩을 출시해 선보이고 있다.
판매금 전액이 기부되는 ‘채러티팟’도 윤리소비를 이끄는 대표 상품이다. 채러티팟은 공정하게 거래한 원재료를 담은 핸드 앤 보디 로션이다. 콜림비아의 평화 공동체에서 얻은 코코아 버터와 가나의 여성 협동조합에서 얻은 쉐어버터와 알로에, 케냐에서 얻은 제라늄 오일 등이 들어갔다. 러쉬가 세상의 긍정적인 변화에 보탬이 되고자 만든 제품으로 부가세를 제외한 판매금 전액이 환경보호와 동물보호 인권 등을 위해 활동하는 소규모 비영리단체 후원에 사용된다.
러쉬코리아 직원들이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했다. /사진제공=러쉬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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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동물·사람의 조화’라는 브랜드 이념 중 마지막 과제인 인권 문제에도 러쉬는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주목하는 것은 성소수자의 인권이다.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글로벌 성소수자 캠페인을 위해 국제 동성애 인권 단체인 올아웃(All Out)과 손을 잡고 ‘사인오브러브(Sign Of Love)’ 캠페인을 전개했다.
러시아의 성소수자 차별과 관련된 법안 제정으로 인한 인권 유린에 반대하고 모든 인간의 동등한 권리인 사랑을 지지하는 내용의 캠페인이다. 올림픽이 열리던 해, 발렌타인 데이를 맞아 각 나라에서는 사랑의 퍼레이드를 펼쳐졌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총 710만개의 사인오브러브 핑크 트라이앵글(캠페인 표식)이 모였고 이는 수천만의 서명과 함께 러시아 대사관에 전달됐다.
러쉬글로벌은 설립 25주년을 맞는 올해도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하며 환경, 동물, 인권 문제에 적극 동참할 계획이다. 오는 3~5월에는 SNS로 인한 사회적 소외감, 악플 문제 등을 조명하는 ‘디지털디톡스 데이’ 캠페인이 예정돼있다. 관련 제품을 개발해 자살방지 센터 등에 수익금을 지원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9월에는 땅을 회복시키고 숲을 재건하는 환경재생 캠페인 ‘프레쉬포럼’을 개최한다.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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