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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지자체, 수십조원대 여윳돈 ‘헐값 이자’ 보관중…“효율화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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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살림연구소 서울·경기 전수조사

서울 지자체 잉여금 42%, 3.1조원

경기는 37%, 6.6조원 현금성자산

적립금 수익률 대부분 2% 미만

“지방재정 특성 감안해 신중한 접근…

공자기금 방식 등 적극 검토해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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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조원대에 달하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여유 자금 가운데 상당액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으로 보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잉여금 관리의 효율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라살림연구소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용역으로 작성한 ‘연기금 투자풀을 통한 지자체 여유재원 효율성 제고 방안’ 보고서를 19일 보면, 2018년 결산 기준 69조원에 이르는 지방정부의 잉여금이 절반 가까이 현금성 자산으로 보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잉여금 규모가 큰 서울과 경기 지역 지자체 결산 자료를 전수 분석했는데, 서울시와 서울 지역 기초단체는 전체 잉여금 7조5천억원 가운데 3조1천억원(42%)을, 경기도와 경기 지역 기초단체는 18조1천억원 가운데 6조6천억원(37%)을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현금성 자산이란 현금·수표를 비롯해, 당좌예금 등 3개월 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뜻한다. 더구나 현금성 자산으로 보관하고 있지 않은 잉여금 역시 기업어음(CP) 등 현금화가 쉬운 단기 금융상품 위주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잉여금 대부분이 단기적인 현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이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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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급격하게 증가하는 지자체 기금 적립금 운용 역시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지방정부의 기금 적립금 총액은 지난 2013년 16조원에서 2018년 32조6천억원으로 5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2017년 광역 지자체가 보유한 지역개발특별회계가 지역개발기금으로 전환됨에 따라 전체 기금 적립금 규모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기금 적립금이 3조7천억원에 달하는 서울시의 한 해 이자 수익은 507억원에 불과했다. 수익률로 따지면 1.4%에 미달하는 수준이었다. 서울 소재 기초단체 가운데는 동작구와 중랑구의 수익률이 1.2~1.5%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 이자 수익률은 1.9~3.6%로 서울보다 높았지만, 경기 소재 기초단체의 평균 이자수익률은 2%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이천과 포천시 등의 연평균 기금 이자수익률은 0%대였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지방정부 잉여금 운용의 효율성을 끌어올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개별 지자체별로 현금을 쌓아두기보다 재정안정화기금 등 여유재원을 통합 관리하는 기금을 설치해 적극적인 자금 운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설치 목적에 따라 별도 계정으로 운용되는 기금 적립금의 ‘칸막이’를 낮춰 통합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방안도 요구했다. 기금별 자산운용지침을 통해 목표 수익률을 공개하고, 중장기 적립금은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예탁해 통합 운용하는 중앙정부의 적립금 운용 방안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방재정의 특성을 고려해 제도 변경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방정부는 사실상 세수 예측이 불가능하고, 세수 결손이 발생할 경우 재정증권 발행 등을 통한 ‘급전 융통’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순 세계 잉여금을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셈이다. 김태일 고려대 교수(행정학)는 “지방재정 운용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지자체가 세계 잉여금을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는 것에 대해 문제 삼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금 적립금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효율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점에는 뜻이 모이고 있다. 신유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정책연구관은 “재정 분권의 이념을 감안할 때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여유재원을 통합 관리하는 방식의 일원화 방안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지자체가 적립금 통합 관리와 운용 주체 등을 스스로 결정하는 효율성 제고 논의는 생각해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현아 조세재정연구원 재정지출분석센터장은 “지방재정에 속하는 2천여개 기금을 일률적으로 통합 관리하는 제도 개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각 기금의 목적과 성격, 개별 지자체의 재정 상황을 고려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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