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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인터뷰]첫 국회의원 도전하는 박창진 "재벌 갑질 제재할 법적 장치 마련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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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창진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 지부장이 국회의원에 출마 의사를 밝혔다. 사진|이선율 기자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2014년 ‘땅콩회항’ 사건은 박창진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 지부장의 인생을 바꾼 큰 전환점이었다.

이를 계기로 갑질 폭로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지만, 이로 인해 그는 업무에서 각종 부당 징계와 보복인사를 겪으면서 소송을 진행하는 등 여러 부침을 겪어야만 했다. 땅콩회항 문제 이후에도 여전히 대한항공에서는 동생 조현민 전무의 ‘물컵 갑질’이 이어졌고, 최근에는 한진가 남매간 분쟁에 내부 구조조정과 경영권 분쟁 등이 터지며 위기를 겪고 있는 형국이다.

한진그룹 내 문제가 공공연하게 알려졌는데도 여전히 여러 갈등과 분쟁, 직원들의 불만이 잦아들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박 지부장은 “재벌들의 갑질을 제재할 법적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그는 노동현장에서의 갑질 등 문제를 풀 근본적인 해법은 결국 정치 영역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봤다. 그래서 그는 2017년 6월 정의당에 입당해 노동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이듬해인 2018년 7월에는 직원연대노조를 출범시키고 초대 지부장을 맡았다. 지난해 9월에는 정의당 국민의노동조합특별위원장에 임명됐다.

다양한 역할을 맡은 그는 대한항공 뿐 아니라 5인 미만 사업장부터 홍콩 이공대 시위현장 등까지 국내외 열악한 노동환경을 직접 찾아 잘못된 점을 알리고, 이를 개선하는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제는 보다 구체적인 행보를 하고자 국회의원에 처음으로 도전장을 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신촌의 한 카페에서 박창진 지부장(49)을 만나 총선 출마 계기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땅콩회항 이후도 갑질 여전…법적 보호장치 절실”

박 지부장은 국회의원 도전 이유에 대해 “땅콩회항 사건 전까지는 그냥 주어진 일 열심히 하고 내 권리 지키고 살면 될 줄 알았지만 땅콩회항 이후 권력에 대항하는 입장이 되다보니 우리 사회가 기울어져있고 저를 보호해 줄 보호막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을 알았다. 인권위나 권익위 등에 구제요청을 했지만 당시 본인 스스로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답변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재벌들은 돈과 권력 위에 서 있으면서 국가의 보호도 받고 있었다. 결국 이 모든 일의 문제는 사회 시스템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재벌들의 갑질을 막을 확고한 법이 정해지지 않아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똑같은 자동차가 고장나도 미국에서는 1인당 몇 억씩 보상을 해주겠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소송을 해도 그러한 보상을 받기 어렵다. 이러한 직장 갑질을 반복 생산하는 구조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치의 영역에서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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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지부장.


그는 또 최근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내부에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간 경영권 분쟁 등이 일어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법안 마련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박 지부장은 “대한항공 뿐 아니라 대부분 재벌기업들의 경영방법이 지주회사를 세워서 우회적으로 회사를 통제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실제 한진 오너일가가 소유한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 구조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6.52%,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등 6%대에 불과한데 그룹을 통제하고 있다. 이러한 우회 지배로 인한 편법이 통하기 때문에 지금의 황제 경영이 만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 CEO는 회사를 나갈 때 이사회의 선택에 의해 나가게끔 하는게 맞는데 지금의 대한항공은 사외이사가 회장 이외 금고지기, 친분있는 친구, 오너일가를 변호해왔던 로펌 변호사 등으로 구성돼 거수기 역할만 해왔다. 이러한 근거를 들어 지난해 3월 대한항공 주총 때 사내이사 연임건에 대한 불신임 운동을 벌여 고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을 내려놓게 했는데, 아직도 크게 나아진 것 같진 않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도 법률을 바꿔 회사 현장을 내밀하게 아는 노동자가 이사의 일원으로 가는 노동 이사제 도입도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부터 떠오른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 원칙) 도입에 대해서는 “제도 시행 이후 경각심을 많이 준 것 같다”면서 “도입되기 전 1년전부터 경제·정부 주체들을 찾아가 추진해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하고 설득해왔다. 처음에는 도입에 대해 주저했지만, 향후 외부 언론들도 주목하면서 긍정적으로 본 것 같다. 기업의 자발적 양심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강제적 제재가 필요한 것이며, 원칙대로 운영하도록 하되 잘못된 점이 있으면 기업 오너들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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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단체가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박 지부장은 “조 회장의 이사선임 반대만이 대한항공이 다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이선율 기자.



◇“연차수당 미지급 문제 미해결…승무원 연차 사용 제약 여전”

한진그룹 내 오너일가의 경영권 다툼은 직원들의 근무환경에도 다소 영향을 끼친다고 전했다. 지난해 4월 조원태 회장이 연차수당 244억원을 지급하지 않고 생리휴가 3000건을 부여하지 않은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검찰에 송치됐던 사건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박 지부장은 “연차 수당 미지급 문제는 대한항공 직원연대노조 출범 당시 문제를 알려 공론화됐다. 수사를 담당했던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의 근로감독관은 회사 창립일에 2년만에 처음으로 와서 조사했는데 조사관들은 강제 수사권, 구속권, 처벌권 등이 없어 전달받은 자료가 미흡했다. 그런 와중에 찾아낸 문제가 연차 휴가 수당 미지급 문제였다. 땅콩회항 문제가 불거진 당시 제가 20년차였는데 휴가가 400일 넘게 남았는데도 하나도 못썼다. 회사에서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휴가를 못쓰게 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이런 문제는 승무원 직군에서 심하다. 다른 일반 사무직 직원들은 내년까지 당겨써도 됐는데, 회사는 일반 직원들의 마이너스 휴가까지 포함해 전체 휴가 쓴 비율을 맞췄다. 실제로 승무원들의 경우 제일 임금 비율이 높고, 수당제로 운영되는데, 비행기를 많이 돌리면 돌릴수록 인력이 많이 필요한데 가용인력이 부족해 휴가를 쓸 수 없다. 그나마 바뀐 것은 회사가 1년에 한 차례 객실승무원도 원하는 날짜에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위시데이’제도를 운영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휴가를 3일까지만 쓸 수 있고, 미리 내야 반영해준다. 일반회사 신입 직원도 입사 처음하면 휴가가 기본 8일은 생기는데 우리는 1년에 겨우 3일 쓸 수 있다. 장거리 비행 다녀오면 데이오프가 생겨 이틀 휴식이 보장되는데 여기에 3일 보태면 그나마 5일까지 휴가를 쓸 수 있다는 식으로 회사는 해명하지만, 편법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필수공익사업장 지정 해제 시급…대체 항공편 충분”

박 지부장은 근본 해결은 결국 인력 충원밖에 없다고 답했다. 앞서 KCGI도 지난해 3월 대한항공에 구조경영개선을 요구하면서 서비스 개선을 위한 직원 만족 증대 및 안전 대책 수립을 제안한 바 있다. 당시 KCGI는 “대한항공의 객실승무원 급여가 포함된 인건비는 연간 3500억원 수준으로 전체 매출액 대비 약 3%”라면서 “브랜드 가치와 직원들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전체 손익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10% 정도의 인원 충원(약 300억원)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지부장은 “일반 사무직과 달리 객실 승무원은 직원 총량이 정해져있고, 3명만 빠져도 비행기가 못 뜬다. 도어당 1명의 승무원이 있어야 한다는 기준이 있는데 대한항공은 간신히 최소 수준의 인력으로 운영중이다. 여기에 서비스는 무한확장을 요구한다. 인력을 줄이면 그만큼 퍼스트클래스나 비즈니스클래스를 없애고, 식사도 알아서 하라고 하는 등 유연한 조치가 필요하지만, 서비스가 경쟁력이다보니 기존 인력들에게 고강도 노동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견제할 조직이 없는 게 문제다. 노조도 그런 견제 역할을 안해 처음으로 노조를 설립해 이런 문제들을 꺼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항공업계 노동자들이 항공운수사업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필수공익사업장 지정 해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지부장은 “항공 노동자들에는 필수공익사업이란 명목으로 헌법상 기본 권리를 침해 당하고 있다”면서 “필수공익사업 지정은 항공업, 철도의 개념을 공공의 개념으로 보고 지정해 준 것인데, 대한항공은 개인기업으로서 사익 편위를 위한 영업활동을 해왔는데도 국가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해주지 않고 있다. 2000년대 초 대한항공 기장들이 첫 파업을 했을 때 기업과 정치인들이 ‘기업이 망하면 한국경제에 위기가 온다’라는 식의 프레임을 만들어 의미를 왜곡시켰다. 실제 항공편 이용할 때 출퇴근 등 경제활동에 쓰이는 비행수요는 0.01%도 안된다. 무엇보다 지금은 파업을 해도 실제 대체할 수 있는 항공편이 충분히 많다. 기업들의 자발적 양심을 기대할 게 아니라 문제가 더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강하게 법률화해서 작동하게끔 만들어야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향후 “갑질에 대한 책임을 기업에 묻고 피해 노동자를 보호하는 ‘갑질 119법’과 ‘노동자감정보호법’을 만들고 향후 스튜어드십코드의 확대와 강화 등도 함께 추진하고 싶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한편 정의당은 최근 비례대표 후보 선출에 시민 뜻을 반영하는 개방형 경선제도를 채택, 현재 시민선거인단을 모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박 지부장은 많은 시민선거인단이 가입해, 1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캠페인 활동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정의당에서 출마한 비례대표 후보는 30여명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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