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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신격호 명예회장 日 지인들 "신 회장은 제철소 짓는게 평생 꿈이던 야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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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과 인연을 맺었던 일본인들은 그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롯데의 일본 야구 구단대표를 맡았던 세토야마 류조(瀬戸山隆三)는 "적자 체질을 허용하지 않는 경영자로서의 자세를 관철하는 기업인"으로, 그를 잘 아는 한 경제인은 "제철소를 짓는 게 평생의 꿈이었던 사람"이라고 떠올렸다.

조선일보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롯데그룹 제공


신 회장은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프로야구 구단을 동시에 운영할 정도로 야구 사랑이 남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국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롯데 자이언츠를 창단해 2015년까지 구단주를 맡았다. 일본에선 1971년 1월 프로야구단 롯데 오리온즈(현재 롯데 마린즈)를 창단 했다.

지난 2004년 롯데 마린즈 구단대표를 맡았던 세토야마는 마이니치신문에 "(신 명예회장을) 처음 만났던 일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며 "왜 다이에이에는 저렇게 관중이 많을까? 어떻게 선수들이 저렇게 활발할까? 이 두 가지를 물어왔다"고 말했다. 당시 세토야마는 타 구단인 다이에이(현 소프트뱅크) 구단 대표를 맡았는데, 타 구단 성공사례에 신 회장이 주목했다는 것이다.

당시 롯데 마린즈는 침체기였고 구단은 연간 약 40억엔(약 420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었다. 신 회장은 구단에 "롯데그룹의 힘을 빌리지 말고 자신들의 힘으로 영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세토야마는 신 회장을 "구단을 흑자화 하기 위해 공부하던 사람이었다"고 떠올렸다.

신 회장을 잘 아는 일본의 한 경제인은 "그가 '일관제철소를 짓고 싶었다'고 말하며 억울한 표정을 짓던 것을 잊을 수가 없다"고 닛케이에 말했다.

신 회장은 1968년 당시 후지제철(현 일본제철)의 나가노 시게오(永野重雄) 사장을 찾아가 기술협력을 요청했다. 당시 나가노 사장이 "엉뚱한 사람의 별난 생각을 각별히 사랑한다"며 흔쾌히 동의했다고 한다. 롯데는 후지제철의 지원으로 사업계획까지 세웠으나 신 회장에게 제철소 건설을 권했던 박정희 정부가 국영기업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제철소를 짓지는 못했다.

이후 1997년 외환위기 때도 신 회장은 한보철강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한보철강은 실사 결과 장부가보다 자산가치가 낮은 것으로 밝혀지고, 각종 자금 횡령 문제 등이 불거졌다. 한보철강은 2004년이 돼서야 매각돼 현대제철로 재탄생했다.

이날 해외 외신들도 신 회장 별세와 관련한 기사를 보도했다.

뉴욕타임즈는 "츄잉 껌계의 대물이 별세했다"며 "무일푼에서 큰 부자가 된(rags-to-riches) 창업자 중 마지막이었고 신 회장의 죽음은 한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신 회장의 부고를 전했다. 이어 "신회장은 1941년 일본으로 건너가 우유와 신문 배달일을 하며 야간학교에 다녔고 절삭유 제작소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며 "이후 츄잉 껌의 인기를 보고 1948년 롯데를 설립해 오늘날 90개의 계열사에 100조원의 매출을 내는 누구나 아는 회사로 키웠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신 회장은 아시아 4위의 경제규모의 한국에서 주요 기업을 설립한 마지막 기업가였다"고 별세 소식을 전하며 "신 회장은 1948년 일본에서 츄잉 껌 제조를 시작해 소매업부터 화학제품에 이르는 한국 5위의 대기업으로 사업을 키웠다"고 보도했다. 경제전문 매체 포브스는"한국 전쟁 이후 정부의 지원으로 한국의 경제 발전을 도왔다"고 평했다.

이들 매체는 신 명예회장이 불우한 말년을 보낸 것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뉴욕 타임즈는 "신 회장이 치매에 걸리자 그의 두 아들이 서로 금전적 잘못을 고발하며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며 "신동빈 현 롯데그룹 회장이 아버지의 롯데 지주회사 의장직을 박탈하는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전했다.

로이터도 "2015년 신 회장의 두 아들이 사업의 지배권을 놓고 불화를 일으켰다"며 "신 회장도 업무상 배임 및 횡령죄로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

[이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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