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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美 버지니아서 대규모 총기수호 집회...'샬러츠빌 악몽' 재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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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지탱해 온 수정헌법 2조가 버지니아에서 심각한 공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만 총기 난사로 200명 넘게 죽었다는 것을 알고 하는 말이냐?"

미국 버지니아주(州)에서 열리는 대규모 총기 옹호 집회를 하루 앞두고 미국 전역이 긴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가세하면서 총기 관련 논쟁은 갈수록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일각에선 3년전 17명 사상자를 낸 샬러츠빌 폭동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미국 버지니아주 대법원은 20일(현지 시각) 버지니아 리치먼드에서 열리는 총기 옹호 집회에 총기를 들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총기 옹호 단체가 낸 소송을 기각했다고 전했다.

앞서 버지니아주 정부는 20일 예정된 총기 옹호 집회에 무장단체가 참여할 우려가 있다며 지난 15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17일 저녁부터 21일 저녁까지 주 의회 의사당 인근에서 모든 종류 무기 소지를 금지했다. 16일에는 미 연방수사국(FBI)가 백인 우월주의 폭력 단체 ‘더 베이스’와 연계된 세 명의 남성을 체포했다.

그러나 총기 옹호 단체가 이런 주 정부 조처에 반발해 ‘수정헌법 1조 표현의 자유와 2조 총기 소유의 권리에 위배되는 이 조치를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한 것. 주 대법원은 이번 판결의 근거로 미 대법원 과 기존 판례를 들며 ‘수정헌법 2조의 총기 소유 권리가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버지니아주 챈틀리의 덜레스 엑스포 센터에서 열린 총기 엑스포에 참가자가 판매 중인 총기를 살펴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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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주가 집회 충돌에 민감한 배경에는 '샬러츠빌 폭동'도 한 몫한다. 2017년 8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열린 백인우월주의 시위 도중 한 참가자가 차를 타고 반대집회 인파를 향해 돌진해 1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친 사건이다.

랠프 노덤 버지니아주 주지사는 "그들은 평화적으로 항의하러 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위협을 가하고 해를 입히기 위해 오고 있다"고 총기 옹호단체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매년 버지니아주 의회 앞에서는 마틴 루터 킹 데이(1월20일)를 맞아 기념행사가 열린다. 총기 옹호 단체와 반대 단체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자신들의 목소리를 표출하는 자리다. 그동안은 인권 운동가이자 기독교 평화주의자였던 킹 목사의 가르침에 따라 대개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돼왔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민주당 주도로 추진되는 총기규제 법안에 대한 반발로 총기 옹호단체가 세 과시에 나서겠다고 예고하면서 긴장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버지니아는 전통적인 공화당 우세지역이었으나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뒤 주의회가 총기 구매 이력자 확인과 위험인물에 한해 총기 소지를 막는 '적기법(red-flag law)’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노덤 주지사도 민주당 소속이다.

여기에 한술 더 떠 버지니아 주의회 상원은 지난 16일 오후 10발 이상이 들어가는 탄창 판매를 막고 한 달에 1개 이상 총기 구매를 금지하며, 지역 정부가 공공건물이나 다른 장소에서 무기 소지를 못하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총기 옹호 집회의 중심 가운데 하나인 버지니아 시민 방위대같은 총기 소지 지지자들은 주 정부의 이러한 반(反) 총기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버지니아 전역 100여개 카운티가 자체적으로 ‘피난처(sanctuary)’를 선언하고 주의회가 통과시킨 총기 규제법을 따르지 않겠다고 앞서 선언하며 혼돈이 더욱 심해지는 모양새다. 컬페퍼 카운티의 스콧 젱킨스 보안관 같은 일부 사법당국 구성원조차 주의회 총기 규제에 대놓고 반기를 들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최근에는 총기 소유 옹호론자로 널리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까지 버지니아주의 총기 규제 움직임 비판에 가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트위터에 "버지니아에서 수정헌법 2조가 심각한 공격을 받고 있다"며 "민주당을 뽑으면 이런 일이 생긴다. 그들은 당신의 총을 빼앗아간다"고 비판했다. 이어 "2020년 버지니아에선 공화당이 승리하겠다. 민주당원들, 고맙다!"고 비꼬았다.

미 전역에서 총기 규제 여론을 들끓게 한 총격 사건은 올해 내내 미국 곳곳에서 끊이지 않았다. 지난 한해 미국에서는 한 번에 4명 이상이 희생되는 총기류 대량살상 사건이 모두 33차례 일어났다.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최다 기록이다.

[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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