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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황천우의 시사펀치> 자유한국당을 정당으로 인정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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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홈페이지를 살피면 흥미로운 대목이 등장한다. '걸어온 길(자유한국당이 출범하면서 국민과 함께해 온 역사입니다)'라는 대목인데 이 부분을 복사해 '텍스트 형식으로 붙이기'를 선택하면 '걸어온 길(새누리당이 출범하면서 국민과 함께해 온 역사입니다)'로, 자유한국당이 아닌 새누리당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원본 형식 유지'를 선택하면 원래의 모습인 자유한국당으로 나타난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 창당한 정당이고, 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탄생된 정당이다. 결국 지금의 한국당은 무늬, 즉 이름만 한국당이지 그 본질은 새누리당임을 자인하는 형국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실소가 절로 흘러나온다.

그런데 필자가 거론하고자 하는 대목은 이 부분이 아니다. 한국당의 '걸어온 길'을 보면 '한국당의 발자취는 한국 정치발전의 역사이며 한국인의 자랑입니다. 한국당은 그 역사를 이어가겠습니다'라며 1997년 11월21일 출범한 한나라당을 그 뿌리로 삼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다.

한나라당은 신한국당 전당대회서 제15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이회창 총재가 조순, 이기택이 이끌던 통합민주당과 합당 과정을 통해 창당했고, 그해 실시된 대통령 선거서 권력을 놓치고 야당으로 전락해버린 정당이다. 그런데 그게 한국인의 자랑이고 그 역사를 이어가겠다니….

그런데 이보다 더 심각한 부분이 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한나라당 이전에 신한국당과 민주자유당이 존재하는데, 한국당은 이 두 정당의 존재를 부인하는 아니, 속된 표현으로 호적서 파내버렸다는 점이다.

1990년 3당 합당 시 통합추진위원회의 당헌, 당규팀 실무 간사로 참여했었고 신한국당과 한나라당 시절 중앙당 사무처 당직자로 근무했었던 필자로서는 한국당 전체를 상대로 정신감정을 해봐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까지 든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먼저 한국당의 인적 구성에 대해서다. 현 박관용, 이세기 등 한국당 상임고문들은 물론 홍준표 전 대표 등 한국당의 주요 당직자들은 거의 모두 민자당, 그리고 신한국당 출신들이고 당의 근간인 중앙사무처 당직자 역시 그 맥을 잇고 있다.

다음은 당명에 대해서다. 자유한국당이란 당명을 액면 그대로 살피면 민주자유당서 '자유'를, 그리고 신한국당서 '한국'을 인용한, 즉 민주자유당과 신한국당을 잇겠다는 식으로 풀이된다. 현 한국당의 주요 당직자들을 살피면 다분히 그런 의도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당을 파버린 처사는 납득하기 힘들다.

상기서 간략하게 언급했지만, 현재에 한국당을 살피면 한 마디로 죽도 밥도 아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당은 자신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는, 심지어 정당의 존립 이유도 모르는 게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일어날 정도다.

그런 한국당이 최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따라 위성정당인 '비례자유한국당' 창당을 시도했다가 선관위로부터 제지당했다는 소식과, 공수처 설치 반대를 금년에 실시되는 총선 공약 1호로 정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그저 한국당답다는 생각이 절로 일어난다. 보수의 중심임을 자임하면서 보수가 아닌 꼼수의 지존으로, 그리고 사안의 본질을 외면하고 정쟁으로 일관하는 한국당에게 희망을 발견할 수 없다. 그런 패거리, 과연 정당이라 할 수 있을까.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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