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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누군가 몸에서 뛰고 있을 딸 심장 소리 듣고 싶은데 왜 못 만나게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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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학생에 장기 이식받은 미국인 한국 방문

국내에선 "금전적 대가 우려"에 20년간 법개정 안돼

미국, 영국 등은 관련 기간 중재 거쳐 교류 주선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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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건강한 모습을 보니 우리 가족도 위로가 되네요.”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4년 전 고(故) 김유나양으로부터 신장·췌장을 이식받은 미국인 킴벌리씨를 처음 본 김유나양의 부모는 눈물만 흘렸다. 김양의 어머니 이선경씨는 “킴벌리의 건강한 모습을 보니 딸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고 누군가에게 희망이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식인의 건강한 모습을 보고 유가족이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이식인과 유가족 간에 최소한 편지 교환이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장기기증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유가족 마음부터 헤아려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박진탁 운동본부 이사장은 “기증인 부모들은 자식의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이 잘살고 있는지 궁금해한다”며 “이번 기회에 잘못된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본부는 국내 장기기증운동이 시작된 지 30년 되는 해를 맞아 뇌사 장기기증인 김양의 부모와 미국 이식인 킴벌리씨의 만남을 국내 최초로 주선했다. 김양은 지난 2016년 1월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고 미국인 6명에게 장기를 기증했다. 당시 소아 당뇨를 앓고 있던 킴벌리씨는 김양으로부터 신장·췌장을 이식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킴벌리씨는 “유나는 나에게 신장과 췌장만을 준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생을 선물해 줬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만남은 한국에선 불가능하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 제31조에 따라 기증자와 이식인 간 교류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기증에 대한 금전적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로 관련 법은 20년 넘게 개정되지 않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증 유가족들은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같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 미국, 영국 등에서는 장기기증 관련 기관의 중재를 거쳐 유가족과 이식자 간 교류를 주선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기증 후 6개월이 지나면 기관에서 이식인이 직접 쓴 편지를 유가족에게 보내고 양측이 원할 경우 만남까지 주선해준다. 편지 내용과 관련해서도 △유가족에 감사하고 가족을 잃은 그리움에 공감 표현하기 △이식인의 삶, 직업, 가족·친구, 취미, 관심사 등에 대한 정보 공유하기 △이식인의 주소, 본인 이름, 전화번호, 병원·의사 이름 등 구체적인 정보는 명시하지 않기 △이식 경험과 이식 후 삶에 대해 공유하기 등 가이드라인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국내 법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사이 뇌사 장기기증인은 해마다 줄고 있다. 2016년 573명에서 지난해 450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같은 기간 2만4,600명에서 3만2,000명으로 증가했다.

8년 전 딸의 장기를 기증했다는 오모씨는 “단 하나 소원이 있다면 누군가의 몸에서 새 생명을 불어넣어 뛰고 있을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듣고 싶다”며 “법이 바뀌어 내가 죽기 전까지 우리 아이 심장 소리를 들으며 단 한번만이라도 숨결을 느껴보고 싶다”고 언급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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