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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인수합병(M&A)이 방송통신위원회 사전동의 절차를 통과했다. 방통위는 방송공적책임과 지역성 강화 등 인가조건을 전제로 조건부 승인했다.
역대 최초 이동통신사와 케이블TV 이종기업 합병이 마무리 수순이다. SK브로드밴드는 유료방송 시장 2위 LG유플러스-LG헬로비전을 점유율 0.7% 이내에서 추격하게 된다. 유료방송 3강 구도 구축으로, 헤게모니 쟁탈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SK브로드밴드, 무난한 통과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 공익성을 기준으로 중점 심사해 사전동의 결정을 내렸다. 역대 최초 통신사와 케이블TV(SO) 합병이라는 점을 감안, 양사가 합병 이후에도 개별 사업을 유지하며 시청자권익을 높이고 지역성을 보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방통위는 1000점 만점에 749.67점으로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을 가결하며 14개 조건과 3개 권고사항을 부과했다. 합격기준선이 650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무난한 통과다.
방통위는 미디어취약계층과 지역인력 고용 등 공적책임 확보 방안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평가기준, PP사용료 비율 공개 등 공정거래 확보 방안을 인가조건으로 부과했다.
IPTV와 케이블TV 역무별 시청자 위원회 구성 의무나 커버리지 확대 등 시청자 보호 방안 또한 공익성 유지 등 조건은 대체적으로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게 방통위와 이해관계자 평가다.
방통위가 권고(안)으로 제시한 △방송전문가 사외이사 임명 △아날로그와 유사한 수준의 채널·가격 유지 조건 또한 결정적 쟁점은 없다.
방통위는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 권역별 지역채널을 합병 이후 광역화하지 못하게 하고 케이블TV와 IPTV 역무별 분리·독립 운영방안을 2022년 말까지 유지하도록 했다. 유일하게 상품시장에 직접 영향을 주는 조건이다. 이는 지역성 훼손을 방지하고 지역채널 취지를 살리도록 하는 방안으로 IPTV로 급격한 쏠림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허욱 방통위 상임위원은 “심사위원회 역점은 합병 시너지를 최대화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었다”며 “심사위원은 이종 플랫폼 간 합병으로 신규 투자와 콘텐츠 다양화 등 침체된 케이블TV 시장 활력을 되찾도록 하되, 시청자 권익이 저해받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유료방송시장 3강 체제 구축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은 유료방송시장에서 IPTV 2위 사업자와 케이블TV 2위 사업자간 결합이다.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법인 시장점유율은 24.03%(14.70+9.33%)로, LG유플러스·LG헬로비전 계열(24.72%)을 1%P 범위에서 추격하게 된다. 유료방송 시장은 1위 KT·KT스카이라이프 계열 시장점유율 31.31%를 고려할 때 빅3 간에 시장 점유율이 7% 내외로 좁혀진다.
3사가 대등한 경쟁을 펼칠 기반이 조성됐다. 통신 3사는 미디어 시장을 새로운 전장으로 각축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법인은 지상파방송사와 콘텐츠 연합체 '웨이브(Wavve)' OTT 가입자 플랫폼을 확장할 기반이 마련됐다. KT는 기존 OTT 서비스를 '시즌'으로 재정비하고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자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콘텐츠를 강화하며 경쟁에 나섰다. 통신사가 콘텐츠 플랫폼 확장을 인수합병 명분으로 내세운 만큼 플랫폼 확장이 당분간 콘텐츠 경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등 규제기관이 콘텐츠 투자 활성화를 인가조건으로 내건 만큼 통신사는 확실한 투자로 화답해야 한다.
OTT와 유무선 방송통신 결합상품 판도 변화도 주목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수합병 심사 과정에서 일부 교차 판매 금지 조건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인가조건에서 삭제해 경쟁을 강화할 조건이 마련됐다. 통신 3사는 미디어플랫폼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과제는
통신 3사 미디어시장 경쟁 과정에서 새로운 불공정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시장 운영 과정에서 케이블TV의 IPTV 강제전환, 통신 결합상품 강요 등 소비자 피해와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점검이 필수다.
유료방송 시장 재편이 가속화하면서 유사한 인수합병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정성과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
표철수 방통위 상임위원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과정은 사실상 동일한 사안임에도 법률상 사전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동일한 사업자에는 똑같은 조건이 부과되는 게 합리적이므로 유사한 건에서 조건을 어떻게 부과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공정위와 과기정통부, 방통위로 3원화된 인수합병 심사절차도 심사속도와 효율성을 높이도록 개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방통위는 “이종 플랫폼 간 결합에 따른 사전동의 요청이 있을 경우 신속하고 엄정한 심사를 통해 방송산업 발전을 지원하겠다”며 “방송의 공적책임과 공공성을 보장하고 국민 시청권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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